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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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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도의 악몽”



마크 라이너스 저 · 이한중 역
세종서적 · 385쪽 · 15,000원


한 기후학자가 남극의 라슨 빙상(Larsen Ice Shelf)에서 탐사를 하던 중 빙하가 부서져 나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유엔 국제회의에서 지구의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며 경고하기에 이른다. 꽤 오래전인 2004년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얼마 후 주인공의 경고처럼 지구 북반구에 강력한 폭풍이 형성돼 캐나다와 스코틀랜드, 시베리아 지역에 초강력 폭풍이 몰아닥친다. 거대한 허리케인 이후 지구는 화씨 영하 150도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신빙하기를 맞이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꽁꽁 언 모습은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고 청명했다. 이런 모습은 재난영화 <2012>에서도 볼 수 있다. 지구의 지형이 뒤틀리고 바뀌면서 인류는 멸망 직전에 이르고 돈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마지막 장면에서 바라본 지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와는 반대로 기온이 상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설보다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인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의 <6도의 악몽>은 과학적 객관성과 냉정함을 바탕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인 기온의 6도 상승 단계까지 정리해 알려준다.
저자인 마크 라이너스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만년빙이 사라지거나 사막화가 심화되는 등 산과 들에서 재앙이 시작된다. 2도가 올라가면 대가뭄과 대홍수가 닥치고, 3도 상승하면 지구온난화가 추진력을 얻어 더욱 심화된다. 4도 상승하면 지구 전역에 피난민이 넘치고, 5도 상승하면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식량과 물을 확보하려는 투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6도 상승하면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들이 멸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을 살려, 한 편의 소설 혹은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내용을 구성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무시무시한 모습들을 그려내면서, 지구의 평균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으며 지구 곳곳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폭염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그나마 폭우가 쏟아지고 나면 어김없이 맑고 청명한 숲과 하늘, 도시가 드러난다.
<투모로우>와 <2012>에서 보여준 마지막 장면의 처절하게 아름다운 모습과 무엇이 다를까. 우리는 환경에 대해, 숲에 대해, 지구 온난화에 대해,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당장.




글 원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