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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쌀로술쌀로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0-24
첨부파일 쌀로술쌀로초.jpg 조회수 1,401

“쌀로술쌀로초 - 12월의양조장”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  /  원주시 신림면 삼봉2길 27  /  연락처 010-3762-0051


Q​ [쌀로술쌀로초]는 어떤 곳인가요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는 이름만으로도 ‘아, 이런 일을 하는 데구나!’라고 짐작이 가능할 정도로 작명을 잘했다고 주변에서 칭찬을 듣고 있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제가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쌀과 인근 지역주민들이 수확한 생명농산물을 원부재료로 지역 전통주를 만드는 곳입니다. 전통주를 만듦으로써 농촌공동체에 일자리도 만들고 소득을 높여보자며 뜻을 모은 5명의 농민들이 2015년에 의기투합해서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올해가 20년이니까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5년 동안 제조시설을 만들어 허가 받고 무수한 시제품을 만들어 시음해 왔는데, 올해 추석을 기점으로 제품출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쁨,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Q​ 술 만드는 건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언제부터인가 농촌에서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생명농업을 하겠다고 높은 뜻과 이상을 가지고 시골로 들어가서 남의 논밭 조금 빌려서 씨름해 온 많은 분들이 다시 서울로 돌아갔으니까요. 겨울이면 이 도시 저 공사장에서 몸을 팔아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쌀의 가공을 고민했고 그중에서도 발효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원주 신림에 와야만 맛보고 마실 수 있는 술을 지역의 쌀과 부재료들로 농민들이 겨울에 만들자는 것이었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금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전신인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와 일본 생협 간 국제 교류를 통해 연수를 가게 됐습니다. 
일본 효고현에 300년된 사케 공장인 야마나주조에 2007년 10월 말부터 2008년 4월 초까지 일본 장인들 틈에 끼여서 한 해 겨울 술 만들기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사장인 야마나씨는 10월 말부터 그 이듬해 3월까지만 술을 만들고 있었고 그 지역의 유기재배 쌀을 계약재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이 장인들이 그 지역의 농민들이었습니다. 농사짓던 농민들이 겨울에 양조장에 모여서 그 지역의 술을 만들고 봄이 되면 다시 논밭으로 돌아가는 거죠. 이것을 모델삼아서 돌아가면 우리 마을에도 농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전통양조장을 꼭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에 ‘12월의 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주가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12월의 양조장’ 소개해주세요.

12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몇 개 있을 겁니다. 아마도. 농촌의 12월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눈 덮인 논밭과 산자락 끝 지붕 위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정도가 될까요. 가을 수확을 마치고 다음 해 영농계획을 세우면서 잠시 쉬는 계절이지요. 수고로움의 대가인 한 해 농사의 결과물에 대한 깊은 감사와 기도하는 마음으로 겨울 한 가운데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빚어 짜내는 술이라고 할까요? 

특히 제초제와 일체의 화학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논밭의 작물들을 키워내고 있는 농민들이 생산한 쌀로 술을 만드는 저희로서는 수확에 대한 감사의 정도가 더욱 깊고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만든 술로 12월 긴긴 밤에 사랑방에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나가는 매개로서의 역할을 하는 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를 담고 있지요.


Q​ 술을 만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힘드셨나요

아내에게는 말 못한 비밀이지만, 시제품 만들어 본다고 시음한다고 그동안 값비싼 쌀을 참 많이도 없앴습니다. 술 빚으면서 어려웠던 점 많았지요.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 그 중에서 특별히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나는 백세라고 해서 쌀을 깨끗이 씻는 과정인데요. 한겨울에는 장난이 아닙니다. 영하 15~20도의 새벽 5시에 쌀 씻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이 얼어 동상 걸리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요. 두 번째는 술 담은 항아리를 찬 곳으로 옮겨 냉각시키기도 하고 따뜻한 곳으로 옮겨 온도를 유지시키기도 하느라 허리가 혹사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몸 망가지면 술을 어떻게 담그지? 나이가 더 들면 어떻게 들고 다니지?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걱정이 깊어갔습니다. 그러다 올 해 관광두레 사업지원을 받아서 기계의 힘을 일부 빌리게 되었고 이 두 가지 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아리와 손시림에서 일정부분 해방된 거죠.

 

Q​ 시음회를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시음회 반응은 어떠셨나요

항아리로 술을 빚을 때에는 빚을 때마다 술맛이 다르더군요. 발효과정의 변수들을 마음먹은 대로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달라질 수밖에요. 항아리 대신 온도제어가 가능한 발효조를 도입하면서 일정한 품질의 즉, 마음먹은 대로의 결과가 어느 정도 가능해졌습니다. 또 그동안에는 제가 마시고 싶어 하는 술, 제가 만들고 싶은 술을 시제품으로 만들어 나누어 마셔왔죠. 그런데 그런 술들을 좋아하고 찾아다니며 마시는 사람은 열에 두셋에 불과했습니다. 칠팔은 근처에도 오지 않더군요. 최근에 들면서 생각을 좀 바꾸었습니다. 두주불사의 애주가를 위한 술도 만들어야겠지만 누구라도 양보다 질로 분위기와 함께 가볍게 한두잔 할 수 있는 그런 술도 괜찮겠다고요. 몇 번 담궈 봤는데 일정한 품질이 유지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만든 유형의 술부터 먼저 소비자들에게 품평을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지난 8월 11일의 시음회였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오셔서 탁주 8도, 10도, 약주 14도 세 종류를 맛보셨죠. 당도가 높다는 평이 많았지요. 그럼에도 대체로 좋게 평가해 주셨습니다. 역시나 애주가 분들은 높은 당도의 탁주와 약주​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는 출시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Q​ ‘12월의 양조장’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주류시장은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진입문턱이 높고 일단 진입했더라도 생존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저희는 일단 진입은 한 상태이므로 이제 버텨내고 생존해야합니다. 12월의양조장은 소비자들을 직접 대하는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파고들려고 합니다. 한 예로 원주시민들 중에서 저희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회원제 회원으로 모실 생각입니다. 이른바 “술꾸러미회원”인데요. 월회비 혹은 연회비를 내 주시는 분들에게 소정의 혜택을 드리면서 회비에 상당한 주류를 매달 혹은 명절마다 꾸러미로 보내드릴 계획입니다. 지역 내 마켓에도 적극 참여하여 소비자를 만나는데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전통주 전문점에도 나가야겠지요. 온라인 사업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개별 주문을 통해 구매가 가능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무엇인가요

올 추석 출시는 말 그대로 시작이었습니다. 결코 끝이 아닙니다. 대중적인 술을 향한 기본 토대라고 하면 맞을까요? 여러분께서 주시는 조언을 토대로 흔들리지 않을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원주의 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원주하면 떠오르는 술이 없지 않습니까? 원주를 상징할 수 있는 농산물과 부재료들을 넣어 빚은 명실상부한 원주의 술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치악산 복숭아가 될 수도 있고 치악산 배나 조엄 고구마가 될 수도 있겠지요. 또 하나의 꿈은 저희 12월의양조장의 정체성이라고 하면 좋을 듯합니다. 저희가 5년 전에 만들 때에는 5명의 농민으로 만들어서 오랜 기간 준비하면서 버텨왔는데요. 

이제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은 저희 마을 주민들도 조금씩 관심을 가져 주시고 조합원에 가입해 오고 있어요. 현재는 18분이 조합원입니다. 12월의양조장은 이 분들과 함께 마을기업에 도전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마을기업이 되든 그렇지 않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사업과 활동을 균형 있게 해 나가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또한 아​직 말씀드리기 이른 감은 있지만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서 생기는 수익금의 일정부분은 마을과 지역사회에 기여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요즈음 잠깐 짬나는 시간에 TV에서 참치를 잡는 일본 어부들의 모습을 방영하는 채널을 간혹 봅니다. 100kg이상 나가는 참치를 잡으면 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어서 어부들이 일확천금을 노린다고도 표현하더군요. 비싼 만큼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도 만만찮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싼 참치를 재료로 사용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 파는 식당들이 의외로 많이 소개되어 놀랐습니다. 

우리 술로 돌아가서 말씀드리면, 12월의 양조장은 원주산 유기농 쌀로 술을 만들지만, 큰 가격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12월의양조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여 빚은 만큼의 대가가 과정에 참여한 분들에게 정당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12월의 양조장은 지속가능할 정도만큼 기계의 힘은 받아들이되 되도록 사람의 손을 거치게 함으로써 작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데 지혜와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와 연대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주신 분 이규옥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