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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0-07
첨부파일 길국형사_솔바람숲.jpg 조회수 981

한낮의 숲 - 국형사 솔바람숲길 -

 

국형사 솔바람숲길 

강원도 원주시 고문골길 155 문의 및 안내 033-747-1815 휴일 연중개방

주차 가능

* 무장애데크길 이용가능

현대인은 도무지 자연스럽지가 않다. 태어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빛조차 햇볕이 아닌 인공조명이다. 유사 이래, 문명은 줄곧 자연과 투쟁하며 발전했다.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는 늘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채 평생을 살아간다. 이뿐인가, 밝을 땐 어두운 곳을 찾고, 어두울 땐 불을 켜며 자연을 극복 하느라 매일 전력투구하지만 일종의 회귀본능이 작용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문득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걷고 싶어질 때가 있다. 코끝에 훅 끼치는 흙냄새나 바람에 잎사귀 부딪히는 소리, 시야에 가 득 들어오는 초록빛이 아니고서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다. 

 

짧지만 느긋한 길 

‘국형사 솔바람 숲길’은 치악산 둘레길 제1코스인 ‘꽃밭머리길’의 출발점에서 머지않은 지점으로부 터 시작된다. 1km가 채 안 되는 짧은 구간으로, 느긋하게 걸어도 30분이면 완주 가능하다. 국형사 는 원주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다. 대중교통으로는 8번과 둘레길 누리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거 대한 병풍처럼 펼쳐진 치악산 자락을 향해 오르막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계곡물 흐르는 소 리가 들려온다. 치악산 둘레길이 지난 5월 완전 개통되면서 이곳은 원주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가 되었다. 주말엔 주차장에 빈자리가 드물 정도다.   

국형사(國亨寺)는 신라 경순왕 때 무착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로, 당시에는 ‘보문암’이라 불 렀다. 훗날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 치악산 산신을 모시는 동악단을 쌓았고 해마다 원주, 횡성, 영월, 평창, 정선의 수령들이 모여 제사를 올렸다. 나라 국(國)에 형통할 형(亨)을 쓰는 데서도 미루어 짐 작할 수 있듯, 나라의 안녕을 빌기 위해 지어진 절이라 전해진다.



맨발로 걸어요 물론 가능하다면 
꽃밭머리길이 시작되는 데크로드를 잠시 걷다보면 오른편에 비포장 흙길이 나타난다. 여기가 바 로 국형사 솔바람숲길이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아, 대중목욕탕 안에 롱패딩을 입고 들어선 듯, 신발로 꽁꽁 싸맨 발이 쑥스럽기까지 하다. 길 초입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신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질 수 없어 잠깐 신발을 벗어보기도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도무지 걸 을 수가 없다. 우물쭈물 걸음을 옮기는 내 곁으로 맨발 고수들이 수없이 스쳐갔다. 나약한 발바닥 탓을 하며 주섬주섬 신을 도로 주워 신었다. 숲길 입구에 아주 친절하게도 발바닥과 연결된 장기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다. 발이 인체의 축소판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통증 강도로 봤을 때 나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게 틀림없었다.



한낮의 숲으로 가자 

‘솔바람 숲길’이라니. 창의적이진 않지만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길 곳곳에 벤치가 있어 잠시 걸음 을 멈추고 숲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 지저귀는 소리와 오묘한 빛깔 의 야생화, 뽀얗게 피어오른 버섯 군락이 숲의 아름다운 정경을 완성한다. 국형사 솔바람숲길은 순환 형길이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야트막한 경사로를 따라 담소를 나누며 걷는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기 분 전환이 된다. 비타민 D 부족이 염려되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어지간히 부담스럽다면 한낮의 숲으 로 가자. 거기에 당신이 찾아 헤매던 평화가 있다. ​​​​​

 글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