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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6-09
첨부파일 황장목.jpg 조회수 1,062

솔내음 따라 걷다보면



홍길동이 말했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느냐’고. 세상 모든 만물이 하늘 아래 평등하다는 건 불변의 진리거늘, 조선시대 궐에 들어갈 소나무는 떡잎부터 구별됐다. 괜한 흰소리로 글을 여는 건 아닐지 약간의 가책을 느끼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황장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다. ‘마땅히 양남의 섬 중외에 재궁으로 쓸 황장목을 가져와 써야겠습니다(當取用於兩南島中外梓宮黃腸木矣).’ 영조실록에 실린 대로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만들 때 사용했다. 조선왕실에서는 귀한 나무를 독점하기 위해 60개 산을 봉산(封山)으로 지정하고 황장금표(黃腸禁票)를 세워 도벌을 금했다. 치악산의 황장금표는 무려 세 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되었다. 그리고 치악산 황장목 숲길은 원하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되었다. 구룡매표소에서 구룡사에 이르는 1.1km의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돌돌돌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걷다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어진다. 기본 수령이 100년이 넘어가는 황장목의 유장한 기세를 마음에 담고 원주8경 중 하나인 구룡사와 세렴폭포까지 보고 오길 권한다. ​

  

 사진·글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