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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6-09
첨부파일 신림면_성남리_성황림.jpg 조회수 1,064

숲에는 신이 산다 
‘신림면 성남리 성황림’



숲 하나 마음에 품고 산다. 햇살 눈부시면 문득 가보고 싶고, 비 오면 해갈할 나무들 생각에 그런대로 흐뭇하다.
누구든 함부로 망가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게 무슨 짝사랑인가 싶다.
이 감정이 쌍방이라 생각지 않는 이유는 원한다고 해서 아무 때나 만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제93호 신이 사는 숲, 성황림 얘기다. 

 


영월과 제천, 횡성을 접하는 신림면에는 성남리라는 마을이 있다. 이정표를 따라 고즈넉한 2차선 도로를 타고 들어오다 보면 오른편에 금줄 두른 대문이 눈에 띈다. 당숲이라고도 부르는 성황림이다. 평소에는 커다란 자물쇠로 굳게 걸어놓았다가 매년 음력 4월 8일과 9월 9일 단 두 차례 모시는 당제 때만 열어둔다. 마을사람들은 이곳을 치악산 서낭신이 머무는 장소로 여겨, 오랜 시간 정성껏 가꿔왔다. 당제는 큰 축제처럼 치러진다. 돼지를 잡고 떡을 하고 전을 부쳐가며 온 동네가 떠들썩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지냈다. ​

성황림은 민속신앙사의 중요한 자료이자 전나무, 소나무, 말채나무, 복자기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귀롱나무 등 50여종 수목의 보금자리다. 일찍이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는 ‘조선보물고적명승 천연기념물’로, 광복 후 1962년에는 천연기념물 제93호로 지정된 바 있다. 원래 윗당숲, 아랫당숲으로 구분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1970년대 일어난 대홍수 때 크게 유실됐다.
과거 성황림은 누구나 자유로이 오고갈 수 있는 곳이었다. 날이 갈수록 훼손이 심해지자 숲 생태 보존을 위해 1989년부터 철책을 치고 일반의 출입을 제한했다. 최근 들어 상황은 다시 변해, 사전 예​약을 통한 탐방이 가능해졌다. (관련 문의 033-763-7657)

오솔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당집 주변으로 금줄 쳐놓은 것이 눈에 띈다. 그 안으로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하늘로 솟구친 거대한 나무들의 위용에 절로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진다. 당집 오른편으로 신목으로 모시는 전나무가 있다.
수령은 어림잡아 300년이 훌쩍 넘는다. 치악산 서낭신이 당제 때마다 이 나무를 내려온다고도 전해진다. 당집 왼편에는 여서낭인 음나무가 서 있고 주변으로는 복자기나무 10여 그루가 아늑한 정취를 자아낸다. 

 

 

성황림은 여서낭과 남서낭을 함께 섬기는 골매기서낭이다. 골매기는 마을의 수호신을 일컫는 말로 ​‘골(마을)’과 ‘(액운을)막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성황림이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쓰이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서낭숲 혹은 당숲이라 부르는 게 맞다는 견해가 있다. ‘성황(城隍)’은 중국에서 성읍을 수호하기 위해 둘레에 파놓은 못에 머무는 신으로 발음과 기능이 유사해 ‘서낭’과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는 주장이다.(출처 : 한국민속신앙사전)

성황림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 서 있자면 발치에 자라는 풀 한 포기와 인간이 크게 다를 바 없음을 알게 된다. 내일을 의탁할 곳 없는 연약한 민초에게 수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위로와 희망을 선사했던 숲이다. 올해 여름, 혹시나 성황림에 들르게 된다면 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부디 귀하게 여겨주시길. ​


 사진·글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