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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단체를 만나다 [25] 서곡생태마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2-13
첨부파일 서곡생태마을.jpg 조회수 1,711

서곡생태마을


서곡생태마을

원주시 판부면 내동막길 35-12

T 033-762-0360​


서곡생태마을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최초의 배경은 소꿉마당 어린이집이었다. 젊은 세대 가정들이 서곡리에 들어오고 어린이집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아이들이 마을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마을 원주민들과의 접점이 커졌다. 자연스레 마을에서 하고 싶은 일들, 마을을 변화시켜 할 필요성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가까운 미래에 아이들이 입학하게 될 서곡초등학교는 물론, 먼 미래까지 아이들이 자라나고 살아가게 될 ‘마을’의 변화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도 한몫했다. 치악사격훈련장이 마을에 조성된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이때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지면서 모두들 한데 뭉쳐 반대 투쟁을 시작했다. 결국 6개월간의 싸움 끝에 사격훈련장 유치 건을 무산시켰고, 이때의 성취감으로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이 본격적으로 화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실은 2009년 용수골음악축제 개최로 이어졌고, 더불어 전체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에 탄력이 붙었다. 풍물, 난타, 해금, 등등 다양한 동아리들이 결성되면서, 어떻게 하면 이런 마을공동체 활동을 오래 함께할 수 있을까.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사단법인 서곡생태마을이었다.

 

활동 내용을 조금 더 소개해 준다면

용수골음악축체는 지금까지도 매년 해 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유명해진 ‘양귀비 축제’. 작은 규모였던 시절부터 서곡생태마을에서 보조하여 함께해 왔는데, 이제는 서울을 비롯, 타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대규모 축제가 되었다. 그 밖에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반장’ 활동이 있고, 서곡에 위치한 교육 단체들의 연대인 서곡교육네트워크 사업이 있다. 대부분 비영리이므로, 기본적인 법인 운영을 위해 체험, 농산물 가공 판매 사업도 틈틈이 진행해 왔다. 영리사업은 결과적으로, 체험 빼고는 잘 안 됐다. 활동가들의 인건비도 부족할 정도였으니.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고민 끝에 대학원에 가서 사회적경제를 공부하기도 했다​.

 

어려운 점은?

역시 먹고 사는 문제가 문제다. 활동가들에게 최소한의 인건비라도 챙겨주는 것. 그것조차 어려웠다. 그나마 정부 지원 사업과 함께 가는 것이 좋은데,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중 위탁에 어울리는 것이 없었다. 10년간 몸으로 때운 셈이다. 열정 페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생계가 어려울 정도면,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참여는 기대할 수 없다. 기대해서도 안 되고.

 

요즘 계획은?

쉬는 거다. 지금은 휴지기. 마을공동체 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 교육네트워크는 네트워크대로, 축제는 축제대로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서곡생태마을이 중심이 될 만한 역할은 이제 줄어든 상황이다. 다시 말해, 역할을 재조정해야 할 시기. 예컨대,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을 육성하고, 우리만의 마을공동체 모델을 만들어 보급하는 역할도 생각 중이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집을 짓는 과정으로 한번 생각해 보자. 우선 토대가 되는 기초가 중요하다. 모래 위에 집을 지을 순 없다. 마을 주민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면, 그 위엔 당연히 집을 지을 수 없다. 기초는 신뢰다. 당연히 마을공동체 활동은 신뢰를 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두 번째로는 우리의 공동체가 어떤 상이 되어야 하는지 설계해야 한다. 돌이켜보니 그동안의 서곡생태마을 사업들은 너무 무식하게 추진된 감이 있다(웃음). 교육, 문화, 복지, 비즈니스... 너무 전방위적으로, 전문성 없이 전개되었다. 우리의 역량, 지역의 인적 · 물적 자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어울리는 사업들을 고민해야 했다. 세 번째로는 누가 할 것인가. 주체의 문제가 있다. 설계가 아무리 좋아봤자, 제작할 수 있는 실무자가 없다면 무의미한 구상이 된다. 사업체에는 최소한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재정적 조건, 실무자에게는 사업 설계에 걸맞은 역량이 요구된다. 요약하자면 신뢰와 방향 설계, 재정적 기반과 사업 계획을 수행할 있는 실무자의 전문적 역량.​ 

신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어렵지만, 단순하다. 현실적으로, 필요를 채워 줘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 주면 된다. 아까 이야기했던 것 중에 건강 반장 사업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고, 상담사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건강 반장들은 돈도 돈이지만, 봉사하는 보람까지 느낄 수 있는 기회였고,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은 세심히 관심받고 케어받으며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끝으로 자유롭게 한마디

마을 활동을 하는 동시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 흔히 말해, 좋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런 구조를 만들려면, 당연히 기존의 방법으로는 안 된다. 하던 대로 해서 계속 이 모양이니까(웃음). 혁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단 말이다. 개인적인 역량들이 따라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중요한 것은 코디네이터로서의 역량이다. 기존의 인적 · 물적 자원을 활용하고, 연계하고, 개발하여 새로운 제품, 서비스, 판로를 개척하는 것. 좌우간, 언제까지나 활동가들의 희생에 기댈 수는 없다.​

 


글 김이석

도움주신 분 문병선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