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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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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레트로’에 열광할까


그저 잠시 흔들고 지나갈 줄만 알았던 레트로 열풍이 꽤 오래 간다. 패션은 물론이고 대중음악, 인테리어, 제품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전히 레트로가 강세다.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기엔 대단하다.우리는 왜 레트로에 열광할까?
레트로는 추억이라는 뜻의 영단어 ‘Retrospect’의 준말로 우리말 표현으로는 ‘복고풍’이라고도 한다. 다시는 유행하지 않을 것만 같던 곱창머리끈이나 집게핀이 이른바 ‘패션피플’들의 SNS계정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걸 보면 정말로 세상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그러나 요즘의 레트로는 단순히 예스러움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재해석이 필수다. 이를테면 인절미브라우니, 흑임자라떼 같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질 좋은 콘텐츠에 복고적인 요소를 첨가하는 식이다. 뮤지션들은 매니아들을 위해 LP나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하고 출판계에서는 리소그래피(석판인쇄의 하나)를 활용한 인쇄물을 꾸준히 내놓는다. 주로 한정판이다. 레트로는 고유한 색채를 갖는다.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한 물건들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 더 정겹다. 어쩌면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존재이고 싶은 마음과 이미 지나간 날들에 대한 그리움이 포개져 하나의 문화 사조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원주는 도시재생 분야에서 레트로가 적극적으로 소비되는 모습이다. 최근 유일하게 보존된 단관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이 단장을 마치고 시민에 공개되는가 하면, 학성동 소재 구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청 자리에서는 10월 한 달 간 ‘문아리공간 5.3’ 전시가 이어지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오래된 건물이 철거의 대상으로 치부되지 않고 도리어 문화의 중심으로 치환되는 광경은 참 뭉클하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그릇이 있어도 라면은 역시 양은냄비에 끓여야 제 맛이고, 아무리 멋쟁이라도 가끔은 나팔바지에 볼레로를 입고 싶은 날이 있다. 사람들이 왜 레트로를 좋아하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레트로는 재미있다. ‘오래된 것’은 새 것과 다른 매력이 있다. 
사실 굳이 멀리서 레트로를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레트로가 된다.

 

 글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