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레포트


스토리에서 보낸 편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1-19
첨부파일 오래된_것들.jpg 조회수 1,167

 



오래된 것들

요즘 즐겨 찾는 유튜브 채널이 생겼습니다. 1980, 90년대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을 보여주는 채널로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본 사람들은 ‘그때가 좋았다’고 하거나 ‘그 시절이 그립다’는 식의 댓글을 남깁니다. ‘레트로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2015년 즈음이었습니다. 8,90년대에 유행한 옷을 입고 등장한 90년생 밴드는 주류 밖 문화에서 주류 안으로 들어왔고 80년대에 ‘대히트’를 친 곡이 몇 십 년이 지나 리메이크 되어 음악 차트 상위권에 머물렀습니다. 
통 넓은 바지, 짧은 티셔츠, 뾰족하게 각이 잡힌 선글라스, 부분 머리 염색도 최신 유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레트로는 의(衣)에서 식(食)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식품 회사는 너도나도 레트로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고 국내 유명 주류 회사에서는 옛날 상품 디자인에 아예 병 색깔까지 바꾼 제품을 내놓고, 출시 1년 만에 3억 병 이상을 판매하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한 주스 회사는 옛날 가정집에서 물병으로 많이 활용된 대용량 유리 주스병을 한정판으로 내놓는 이벤트도 펼쳤습니다. 

태어난 해와 멀어질수록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은 무뎌지고, 그런 감각이 생생할 때 남긴 기억은 점차 흐려집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레트로에 빠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모든 것들이 처음처럼 느껴진다면 아마 레트로 열풍을 기대하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오래된 것들과 처음 시작하는 것들 사이에서 내일을 기다립니다.

 


 에디터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