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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9-19
첨부파일 추석_즈음_시장에서.jpg 조회수 1,234

추석 즈음 시장에서


큰 비가 올 여름을 거세게 두드리고 지나갔다. 역대 가장 긴 장마였다. 안타까운 소식들이 연일 전해지는 가운데 물가도 요동쳤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치솟았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이 무려 2,000원 가까이 오른 지경이었다. 물가가 폭등하면 소비자는 물론 상인들도 시름에 잠긴다. 명절 대목을 코앞에 두고, 이런 저런 악재에 한숨은 더해만 간다. 

어려운 시기에 지역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도 물론 작용하겠지만 이것저것 고를 게 많은 명절에는 괜스레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이 향하게 된다. 일단 마트에 비해 과대포장이 적어 마음이 편하다. 과일가게, 정육점, 쌀가게 등 품목별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으니 이 또한 든든하다. 돌아오는 추석 명절에는 얼마나 지출해야할지, 시장에 가면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미리 둘러보았다. ​

올해 추석 장바구니 형편을 미리 알아보자! 

강원도물가정보망(http://cpn.provin.gangwon.kr)의 8월 13일자 주간단위 가격정보를 참고해 4인 가족 기준 2020년 추석 장보기 금액을 예상해봤다. 명절음식 재료더라도 자료에 표기되어 있지 않은 품목은 제외했다. (예: 명태포, 굴비 등) 

 

명절 무렵에는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조금 더 오른다. 때문에 추석 연휴를 피해 장을 보는 것이 좋다. 채소는 추석 3∼5일 전, 고기는 4∼6일 전에 구매하는 것이 좋고 과일은 선물세트 등의 수요가 감소하여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추석 6∼8일 전에 구매하면 비교적 알뜰하게 장을 볼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청 블로그)

 


중앙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취재를 위해 오랜만에 찾은 중앙시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무더위에 지쳐 가게 한 켠에 누워 낮잠을 청하는 할머니 사장님, 군것질거리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이웃들, 종종 걸음으로 활보하는 강아지까지, 느긋한 풍경이 새삼 정다웠다. 

 



엄마 손맛, 엄마 미소 김명순 사장님 

‘명절 때 매출이 많이 오르냐’고 묻자 중앙시장에서 11년 째 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순 씨는 손사레를 친다. 요즘은 명절 음식을 시장에서 사먹는 사람들이 많단다. 다만 예전처럼 식구가 많은 집이 드물어 사가더라도 한 끼 분량으로 단촐하게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시장을 애용하는 단골 어르신들이 계시지만 기력이 쇠하신 탓인지 어느 날부턴가 잘 보이시지 않는 일도 더러 생긴다. 요즘엔 대형마트에 반찬집이며 전집이 입점하는 경우가 많다. 주차도 어렵고 대형마트에 비해 멀끔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마트로 몰려가는 이유도 알만하지만 자꾸만 줄어드는 매출에 김명순 씨는 영 마음이 쓰인다. 채소 값이 많이 올랐어도 판매하는 음식 가격을 올릴 순 없다. 손해를 보면서 파는 일도 종종 생긴다. 덥고 습한 요즘 같은 날씨엔 아침에 정성스레 부쳐놓은 음식이 금세 상해버리기도 한다. 이래저래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단골손님들의 ‘맛있다’ 한 마디에 기운이 솟는다며 김명순 씨는 미소를 지었다. ​ 

 



달콤한 정성을 팝니다. 김경태 사장님 

과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경태 씨는 시세를 묻는 질문에 과일 가격은 당도로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올 추석은 장마가 길었기 때문에 당도가 떨어지는 과일들도 많이 나올 것이고 상대적으로 당도가 높은 고품질의 과일들은 적게 출하되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명절 대목장이 서면 김경태 씨는 아침 여섯시에 출근을 해서 어두컴컴해지도록 종일 분주하다. 아무래도 남들처럼 성묘가고 차례 지내기가 어렵다.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보람도 있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늦여름 땡볕이 따갑게 내리쬐고, 과일 단내가 훅 끼친다. 모진 비바람도 꿋꿋이 이겨낸 상품들이다. 목청 높여 손님을 부르는 김경태 씨의 모습이 무척이나 활기차보였다.

 


글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