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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사는 즐거움〉의 시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6-15
첨부파일 나_때는_말이야.jpg 조회수 1,185

“나 때는 말이야~”


한일생협의 연대와 협력으로 생명과 평화의 미래를 열어가자.

지난 11월 18일과 19일 양일간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는 일본 오사카 에스생협과 함께 한일생협포럼을 개최하였다. ‘지역을 창조하는 협동조합운동’이란 주제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와 일본 오사카 에스생협의 지난 5년간의 지속적인 교류의 결과물이다. 또한 오직 이윤만을 목적으로 질주하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세계질서 속에서 협동조합운동이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일생협포럼을 통하여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제 회원단체와 일본 오사카 에스생협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우리가 사는 지역을 협동과 공생의 세계로 전환시켜나가는 것이 협동조합운동의 나아갈 길임을 분명히 하였다. <원주에 사는 즐거움>에서는 자연과 인간 모두를 적대적 관계로 만들어가는 현실을 뛰어넘어 협동의 힘으로 이웃을 넓혀가고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을 만들어가자는 한일생협포럼의 작지만 따스한 목소리들을 짧은 지면에 담아보았다.
<편집부>

 

 

삶은 전환시키는 문화운동과 결합해야한다.
기념사를 해주신 김지하 선생님은 현재의 생협운동이 유기농산물의 생산, 소비, 유통이라는 경제적 활동에만 머물고 삶을 전환하는 문화운동을 등한시하게 되면, 결국에는 제몸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중산층 이기주의와 상업적 영농에 편승한 이익운동으로 전략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이 분들의 자율적이고 자발적 참여를 통한 운동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개별적 주체의 에너지들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서구적 시민운동(사회적 공공성)을 담아 내야 하며, 나아가 지구생태계 전체의 문제를 고민하는 새로운 문화창조운동(우주사회적 공공성)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였다.

협동조합과 지역사회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대표하여 상지대 유기농업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김용우님이 ‘협동조합과 지역사회’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였다. 김용우님은 주제발제를 통해 오늘날 한국의 협동조합들이 단위조합과 자신이 속한 전국조직의 발전에만 관심이 있고, 조합원과 조합원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소홀하다고 지적하였다. 그 결과 협동조합이 조합원의 실제 삶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원주지역에서는 협동조합 간의 연대를 통해 조합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고, 로컬푸드네트웍을 구축하여 지역순환형 사회의 모델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조합원 참여가 저조한 것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과 참여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는 현재 협동조합운동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였다.

꿈꾸는 자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 사례발표
주제발표에 이어 한일 생협들의 다양한 실천사례가 보고되었다. 먼저 에스생협의 야마구치 세츠코 이사장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인격적 유대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에스생협의 원칙과 실천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에스생협이 단지 안전한 식품을 유통하는 사업에만 연연하지 않고 워커즈 콜렉티브를 통한 조합원 노동을 만든 이유, 지역사회의 복지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사례는 지역사회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다음으로 이경란님이 지역과 함께 다양한 운동을 펼치면서 성장해온 마포두레생협에 대한 사례발표가 있었고, 일본의 유기농 쌀 생산자인 이시즈 후미오 님의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이시즈 후미오 님이 소비자 조합원들과 함께 한 신뢰의 시간들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실때는 참여자 모두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 지역을 만들어가는 <꿈의 기금> 사무국장인 사카노 오사무 님은 시민의 자발적인 기금을 모아 지역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간 사례를 발표하였는데 한사람 한사람의 작은 힘이 모이면 새로운 운동을 펼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힘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생태유아공동체 김영연 사무국장의 발표가 있었는데 교​육현장에서 먹거리의 변화만으로도 아이들이 삶의 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시대를 개척하는 협동조합운동 – 특별강연
이번 포럼에는 특별히 일본생활클럽생협연합회의 전 회장이었던 고노 에이지 님이 참석하여 특별강연을 맡아주었다. 고노 전회장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협동조합들마저 효율우선의 영리주의에 집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현상이 협동조합의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협동조합은 조합원 주권에 기초한 운동으로써 모든 사업은 조합원의 민주적 참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식량문제와 환경문제 등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는 생활양식의 변화, 사회적 차원에서는 협동적 지역사회의 건설, 정치의 영역에서는 시민의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일, 임금노동이 아닌 이웃을 보살피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의미있는 노동의 창조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였다. 고노 회장의 강연내용은 현재 생활클럽생협에서 실천하고 있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참가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여섯. 생명의 도시로 가는 길 – 차 없는 거리 만들기
한일생협포럼 마지막 순서로 일본 에스생협의 가와시마 미츠오 전무이사의 공동실천제안​이 있었다. 내용인즉 다국적 식량기업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유전자조작식품을 막아내기 위하여 한일생협이 함께 GMO FREE ZONE 운동을 펼쳐나가자는 것이었다. 가와시마 전무는 제안을 통해서 현재 생물에 대한 유전자 조작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내고 또한 유전자 변형으로 고통받는 생명체들을 지켜내기 위해 한일생협의 공동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최정환 회장은 제안을 기꺼이 수용하여 2007년도부터 GMO FREE ZONE 운동을 적극 펼쳐나갈 것을 약속하였다.

마음과 우정을 나누는 교류의 자리 – 뒷풀이와 김장담그기
이번 한일생협포럼에서는 시종일관 딱딱한 토론만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18일 밤에는 한일 참가자 전원이 함께 하는 교류의 시간이 있었는데 국가를 넘어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벗임을 서로 확인하는 가슴 따뜻한 순간이었다. 참가자 모두는 밤 늦도록 가톨릭농민회에서 준비한 막걸리와 원주의료생협 장옥희 이사장님과 조합원들이 준비한 술안주를 벗삼아 만남의 기쁨을 만끽하였다. 19일 오후에는 일본에서 온 여성 조합원들과 함께 한국 김치를 담그는 체험행사도 하였는데 한편에서는 보쌈고기도 준비하여 조촐한 잔치를 열기도 하였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우리가 비롯 멀리 떨어져 있을 지라도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포럼을 위해 일본에서는 모두 19명이나 되는 분들이 머나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왔다. 한국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20여개 생협이 참여하였다. 특히 일본에서 오신 김병진 선생님은 포럼기간 내내 힘겨운 동시통역을 혼자서 맡아 주셨고, 상지대 우영균 선생님은 자원활동으로 포럼사회를 진행해 주셨다. 함께 해주신 분들, 행사에 필요한 재정을 기꺼이 후원해주신분들, 성심성의껏 보살펴주신 토지문화관 직원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글 | 최혁진(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