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풍경


기획 - 사회적 농업을 말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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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이후의 협업농장 



글 싣는 순서 
1️⃣ 사회적 농업 협업농장의 출발 
2️⃣ 유럽에서 실천되는 사회적 농업 
3️⃣  5년 이후의 협업농장 

사회적기업 원주생명농업이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5년 동안(2020년 ~2024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포함한 7개 회원단체(원주노인생협,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성공회 원주나눔의집, 원주의료사협, 플라워럼프, 원주생협, 지인누리)와 함께 협업농장 운영과 농촌 지역 고령자 및 협업농장 참여자 돌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이 사업은 협업농장 운영과 연계 돌 봄 프로그램 등 농업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다양한 서비스 제공으로 정신건강 증진과 더불어 지역의 다양한 주체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유도하는 게 목적입니다. 농림축산 부와 원주시에서 사회적 농업 활동 운영비, 사회적 농업 조직과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구축비, 사회적 농업 활동에 따른 시설비를 연간 6,000만 원(총 3억)을 지원하게 됩니다. 5월부터 11월까지 지역조사 및 사회적 농업 인식개선 활동, 협업농장 운영, 돌봄 프로그램, 사회적 농업 선진사례 연수, 지역 네트 워크 구축 등의 다양한 활동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5년 동안의 사업을 통해 농업인을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와 농업 생산 활동 등을 통한 돌봄·교육·고용 효과를 도모, 5년 후에는 자립적인 영농지원센터와 농촌형 커뮤니티케어센터 상시 운영체계 구축을 목표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주에 사는 즐거움>에서는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의 의의와 정책 방향 등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해 조합원 단체와 조합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으로 협업농장의 미래에 대해 노윤배 사회적기업 원주생명농업 상무이사님의 글과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삶의질 정책연구센터장님이 지난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사회적 농업 토론회 <사회적 농업 실천 사례와 정책 방향>에 발표한 글의 사례를 실었습니다.


[사회적농업 협업농장을 개장하면서]
5년 후 자립적 영농지원센터
글 노윤배 사회적기업 원주생명농업 상무이사



사회적기업 원주생명농업은 농림축산부 선정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올해 부터 5년 동안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포함한 7개 회원단체(원주노인생협, 갈거 리사회적협동조합, 성공회원주나눔의집, 원주의료사협, 플라워럼프, 원주생협, 지인누 리)와 함께 협업농장 운영과 농촌지역 고령자 및 협업농장 참여자 돌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이 사업은 농업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정신건강 증진과 더불어 지역의 다양한 주 체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유도하는 게 목적입니다. 농림축산식 품부와 원주시에서는 운영비, 사회적 농업 조직과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구축비, 사회적 농업 활동에 따른 시설비를 연간 6천만 원 지원하게 되며, 5월부터 11월까지 지역조사 및 사회적 농업 인식개선 활동, 협업농장 운영, 돌봄 프로그램, 선진사례 연수, 지역 네 트워크 구축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합니다. 사회적기업 원주생명농업은 지난 2009년 부터 친환경농산물 판매단체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순환 농업마을을 선포하면서 농자재의 외부유입을 최대한 줄이고 마을 생태계에서 자원(퇴 구비)을 구하는 경종과 축산(한우입식운동)을 연계하는 지역순환농업을 실현하기 시작 했습니다.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촌공동체회사로 발전을 모색하면서 농촌고령화 에 대비한 두레생협연합, 두레생산자회,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원주생협과 공동으 로 두레귀농학교를 매년 개최해 귀농자 양성과 원주생명농업의 농촌지역 사업장에 생협 출신 실무자의 영입이 이루어졌습니다. 2017년부터는 '지역소농을 위한 지역먹거리 체 계 구축'을 가치로 사회적기업으로 탈바꿈하고, 마을에서 지역으로 생태계 구축을 확대 했습니다. 또한 2017년 반찬공장 가동, 2018년 친환경·로컬푸드직매장 개장, 2019년 지 역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친환경농산물 코너 입점에 이어, 올해는 농림부로부터 사회적농업 시행단체로 선정되어 상설적인 사회적 농장(협업농장)과 연계한 지역 돌봄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기업 원주생명농업은 향후 5년 동안 사회적농 업을 통해 농업인을 중심으로 지역의 사회적 약자와 농업 생산 활동 등을 통한 돌봄·교 육·고용창출 효과를 도모하고, 5년 후에는 자립적인 영농지원센터와 농촌형 커뮤니티 케어센터의 상시 운영체계 구축을 목표로 열심히 활동할 것입니다.


[협업농장의 미래-장곡면 젊은협업농장] 
청년 농민을 키워내는 농장

“젊은협업농장” : 청년 농민을 키워내는 농장
장곡면에는 “젊은협업농장”이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이 있다. 홍동면에 있는 풀무학교는 농업을 가 르치는 학교인데, 졸업한 후에 농사짓는 졸업생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이는 지역사회의 몇몇 사 람들에게, 그리고 풀무학교 안에서 중요한 문제로 제기가 되었다. 풀무학교를 나오든 홍동면으로 귀농을 했든, 농업에 뜻을 품은 젊은이들이 결국 농민으로 지역에 정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 농사를 짓지 않느냐는 물음 앞에 돌아오는 대답은 ‘농사를 시작할 만한 자본이 없고, 농 사를 지으면 먹고살기에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어릴 때 농촌에 살면서 농 사일에 참여해 본 경험도 없이 완전히 새롭게 농업에 진입하려고 시도하는 젊은이들에게 농업은 아주 힘든 일이다.
지역사회 안에 ‘진짜 농장을 만들어 파종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농사를 배 우고 지역사회를 이해하여 정착할 수 있게 돕자’는 것이 협동조합 젊은 협업농장을 설립하게 된 문 제의식이었다. 풀무학교 졸업생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귀농 목적지가 되어 지역을 찾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장소-플랫폼이 필요했던 것이다. 홍동면과 장곡면 지역사회는 또한 그 자체로 젊은이들이 필요한 상황 아니었을까? 우여곡절 끝에 뜻을 같이 하는 농민 몇몇이 협동조합을 결성하였다. 장곡면 도산리에서 땅을 빌리고 비닐하우스 서너 동을 만들어 쌈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지역에 튼튼하게 자리 잡은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과 도산 리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은 젊은 협업농장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사들였 고, 처음 시작할 때 영농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을 도와주었다. 도산리의 고령 농가들이 땅을 내 어주지 않았다면 젊은 협업농장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역사회 외부에서도 든든한 도움이 있었다. 삼성장학재단의 후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농촌에서 일하는 청년 들에게 매월 30만 원씩 2년 동안 지급하는 ‘청년 인턴십장학사업’이다. 젊은 협업농장에서 농사일 을 배우기 시작한 쳥년 몇 명이 이 후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협동조합 젊은 협업농장의 조합원은 45명이다. 흥미로운 것은 조합원 대부분이 홍동면과 장곡면
주민이라는 점이다. 협업농장의 일꾼과 ‘교육생’만으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이 아니다.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이사진만 보더라도 풀무학교 이사장,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 대표, 도산리 이장, 젊은 협업농장 생산자(2명)로 구성되어 있어, 젊은협업농장이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유지되 는 협동조합임을 알 수 있다.
젊은협업농장은 2017년 현재 비닐하우스 8동에서 쌈채소를 재배한다. 이런 농사에서 얻는 소득은 연간 1억 2000만 원 정도이지만, 대체로 11명 정도의 젊은협업농장 사람들(운영진과 교육생)이 농 사짓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소득은 결코 높은 게 아니다. 규모를 확대해 더 높은 농업소득을 올릴 수는 있지만, 젊은협업농장은 고소득을 추구하지 않는다. 운영할 수 있을 만큼의 농업 수입은 당연 히 있어야 하겠지만, 젊은협업농장의 기본 목적은 ‘돈을 많이 벌자’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지역 에 필요한 청년 인재를 기르자’는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협업농장에 들어온 청년 들은 하루 종일 농사일만 배우는 게 아니다. 농사일은 오히려 제한된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오후 4 시를 넘어서면 농작업은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그 이후 시간에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참
여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11명의 신규취농 준비자가 젊은협업농장에 머물고 있다. 20대 연령층이 6명, 30대가 3명, 50 대가 2명이다. 이들 가운데 어떤 이는 마을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젊은협업농장을 졸업(?) 한 후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계속 높이고 있다. 농장일을 하면서 인근의 장곡초등학교에서 방 과 후 학교 프로그램 강사로 나서는가 하면, 젊은협업농장이 소재한 도산리 일대 권역개발사업 운 영위원회의 사무장 일을 하기도 한다. 외부로부터 방문객이 많은 홍동면과 장곡면에서 반드시 필 요한 일이기도 한, 지역 안내가이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자본이 아주 풍부한 대농의 영농승 계자라면 영농기술과 농업경영체 경영에 필요한 지식을 익히면 농업을 영위하면서 살아갈 수 있 겠지만, 오로지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일 뿐인 청년 소농에게 마을에서의 사회적 관계는 결
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도시의 월급쟁이에게도 인간관계는 중요하지만, 농촌 생활에서 그 중요성은 차원을 달리한다. 직장 인은 몸만 회사에 가서 일하고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농민은 몸뚱이만 있다고 제 노릇을 할 수 있 는 게 아니다. 토지, 농기계 등 생산수단을 스스로 갖추어야 한다. 모조리 내 돈 주고 살 수 없으니 빌려야 한다. 농산물을 판매할 때에도 이웃 농민에게 얹혀서 팔아야 할 때가 잦다. 그럴려면 인간관 계와 신뢰가 쌓여야 한다. 그 같은 관계의 밀도는 대면접촉 빈도에, 즉 이웃과 어울린 시간에 비례 한다. 청년 농민이 이웃과 얼마나 자주 어떻게 접촉하느냐는 문제는 뜻밖에도 결정적으로 중요하 다. 그래서 젊은협업농장은 농사일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를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마을 행사 등 농촌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청년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네트워크를 형성 하고, 농업과 마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알아야 정착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의 교육이 진행된다.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열려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젊은협 업농장의 청년들은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교육이다. “유기농업”, “역사인문학”, “기초화학”, “유기 재배의 기초와 실제”, “지역의 이해” 등 7개의 강좌가 매주 1회 진행된다. 즉, 날마다 강좌 하나를 수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은 자전거를 타고 홍성군 주변 지역 곳곳을 다니며 지 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을 “평민지역학교”라고 이름 붙였 다. “평민지역학교” 강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포스터의 문구는 젊은협업농장이 지향하는 ‘교육’ 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잘 드러내준다. 그리고 이 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조차도 젊은협업농 장 단독의 역량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여러 협동조직들과의 협력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는 ‘오누이친환경마을협동조합’, ‘청년농부영농조합법인’, ‘청년농부작업 장 온’, ‘홍동밝맑도서관’, ‘홍성지역협력네트워크’,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 등이 관여하고 있다. 젊은협업농장에서 1~2년 일하고 배운 청년들이 100퍼센트 모두 농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러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도 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지역에 농민으로 정착하는 경우 에는 젋은협업농장의 조합원이 되어 여러 가지를 도와주는 ‘지역 주민’이 되기도 한다. 지역에 정 착하기는 하지만,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실천의 의미가 퇴 색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삶의질정책연구센터장>



글·정리 <원주에 사는 즐거움> 편집부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