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풍경


기획 - 사회적 농업을 말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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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농장의 출발


글 싣는 순서                                                                                

1️⃣  사회적 농업 협업농장의 출발  

2️⃣ 유럽에서 실천되는 사회적 농업

3️⃣ 5년 이후의 협업농장​

사회적기업 원주생명농업이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5년 동안(2020년~2014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포함한 7개 회원단체(원주노인생협,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성공회 원주나눔의 집, 원주의료사협, 플라워럼프, 원주생협, 지인누리)와 함께 협업농장 운영과 농촌지역 고령자 및 협업농장 참여자 돌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이 사업은 협업농장 운영과 연계 돌봄 프로그램 등 농업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다양한 서비스 제공으로 정신건강 증진과 더불어 지역의 다양한 주체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유도하는 게 목적입니다.

농림축산부와 원주시에서 사회적 농업 활동 운영비, 사회적 농업 조직과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구축비, 사회적 농업 활동에 따른 시설비를 연간 6,000만 원(총 3억)을 지원하게 됩니다. 5월부터 11월까지 지역조사 및 사회적 농업 인식개선 활동, 협업농장 운영, 돌봄 프로그램, 사회적 농업 선진사례 연수, 지역 네트워크 구축 등의 다양한 활동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5년 동안의 사업을 통해 농업인을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와 농업 생산 활동 등을 통한 돌봄·교육·고용 효과를 도모, 5년 후에는 자립적인 영농지원센터와 농촌형 커뮤니티케어센터를 상시 운영체계 구축을 목표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주에 사는 즐거움>에서는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의 의의와 정책 방향 등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해 조합원 단체와 조합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사회적 농업의 이해​

사회 통합의 필요성 그리고 농업의 사회적 위기, 이 두 요인이 사회적 농업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안는 것을 사회 통합이라고 한다. 사회적 농업은 당연히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농업이다. 가령, 일자리가 없는 이를 농장에서 고용해 영농에 종사하게 하는 실천을 ‘노동통합형 사회적 농업’이라고 한다. 정신적․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사회 적응에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농업의 치료적 요인과 결합된 돌봄(care) 및 치료(theraphy) 서비스를 농장에서 제공하며 궁극적으로는 재활을 돕는 실천을 ‘돌봄 사회적 농업’이라 한다. 직업이 필요하지만 기술․지식 등 능력이 부족한 이에게, 혹은 농업이나 농촌을 접한 적 없는 도시의 아동․청소년 등에게 농사를 가르쳐 직업을 얻게 하거나 전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농업․농촌에 대한 정당한 가치 인식을 얻도록 돕는 실천을 ‘교육 사회적 농업’이라고 한다. 농업활동이 사회 통합의 유용한 수단으로 작동하는 그만큼 농업과 사회의 간극도 좁힐 수 있다. 

사회적 농업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유럽 국가들이다. 사회적 농업이라는 용어는 이탈리아에서 기원했다. 주로 이탈리아의 도시에서 활발했던 사회적 협동조합(social cooperative) 실천이 1990년대 중반부터는 농촌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이탈리아 농촌 지역에 571개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농업이나 축산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그런 실천을 두고 사회적 농업이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유럽 전역에 걸쳐 확산된 일종의 운동이었는데, 농촌에서 이루어지는 생산 활동의 목표가 사회적 목적(social ends)에 부합하게 만듦으로써 다기능 농업 활동을 강조하려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 퍼져나갔다(Hassink and Dijk, 2006).1) 이처럼 현존하는 다양한 실천들에서 드러나는 일정한 공통 경향을 포착해 표현하고자 ‘사회적 농업’이라는 용어가 쓰인다. 이때의 공통 경향이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농업 활동’을 뜻한다. 그리고 ‘사회적 농업’ 개념은 경험적 현실 맥락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적 농업’ 개념을 정의(定意)하는 것 자체가 특정 유형의 실천을 선택하거나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일본에서도 ‘농복연계(農福連繫) 정책’, 즉 농업의 사회 통합 기능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물론, 한국에도 사회적 농업 실천이 있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농업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사회적 경제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다. 농업 부문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자활기업 등의 사회적 경제 조직 수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약 200개 정도일 듯하다. 어린이, 청소년에게 농업을 알려주려는 목적으로 운영하는 교육농장(pedagogical farm)도, 그 수준이나 성격을 논외로 치면, 어쨌든 621개나 된다. 직업 교육훈련 차원에서 농업을 가르치는 교육농장(vocational training farm)의 수는 적지만, 근년 들어 귀농 흐름과 맞물려서 그리고 청년 신규취농자 지원 정책이 형성되면서 늘어날 전망이다. 돌봄형 사회적 농장은 유럽에서는 사회적 농업의 대표적 유형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한국에서는 그 수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여러 유형의 실천 주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농민 또는 농민들의 협동조직이 만성 정신질환자, 장애인 등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사회복지기관이 농업 생산 활동을 직접 수행하면서 불리한 입장에 놓인 이들의 재활을 도모하기도 한다. 생활기반이 거의 없는 탈북민에게 농업을 가르쳐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장애인과 가족들이 농촌에서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농업을 영위하는 곳도 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 네덜란드에서 돌봄 농업(care farming) 또는 녹색 돌봄(green care)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들 용어가 포괄하는 의미의 외연은 ‘사회적 농업’이라는 용어보다 협소하다.

 

정책방향


두텁지는 않으나 사회적 농업 실천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금,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까? 
첫째, 사회적 농업 정책의 대상 범위를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 사회적 농업의 개념은 폭넓게 정의할 수 있지만, 정책이 실제로 접근해야 할 영역을 넓게 잡을수록 실행 가능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이미 시행되는 기존 관련 정책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통합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가령, 노동통합형 사회적 농업 실천을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이 이미 지원하고 있는데, 그것은 현재 농업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 정책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 둘째, 사회적 농업 영역에서 실천 주체들이 활발히 나서도록 촉진하는 게 중요한 정책 과제일 텐데, 어떤 주체를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돌봄 사회적 농업을 개별 농가들이 실천하도록 지원할 수도 있고, 사회복지기관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도 있다. 아니면, 여러 주체의 협력을 전제로 지원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 농가의 물적 여건이 불비(不備)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네덜란드처럼 개별 농가의 사회적 농장 경영을 주요 모델로 삼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단언키는 어렵지만, 한국의 현실에서는 여러 주체들이 협력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사회적 농업 주체 형성 전략이 적실할 ​듯하다. 물론 사회적 농업 주체 형성을 돕는 정책은 어떤 내용이 되든, 다른 분야의 여러 정책과 마찬가지로, 주체들의 자발성을 전제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농업이 낳는 편익은 대부분 시장에서 화폐로 교환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즉, 사회적 농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시장 상품이 아니라 공공적 서비스의 성격을 지닌다. 자주 소개되는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등의 돌봄 사회적 농업이 활성화된 데에는 실천 주체들의 헌신과 노력 외에도 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을 공공 부문이 체계화시킨 것이 한몫을 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필경, 언젠가는 보건복지 분야의 여러 제도와 연계, 조정, 통합 등의 시도를 꾀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다른 분야의 이해당사자들이 경쟁하는 게 아니라 협력해서 창의적인 대안을 만들어내는 사회혁신의 분위기가 성숙되어야 그 같은 제도 변화도 가능할 것이다. 넷째, 제도 정비의 완급 문제가 있다. 사회적 농업이 일정한 법제 정비와 더불어 확산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현실에서 드러나는 실천의 두께를 고려해 법제 정비의 타이밍을 결정해야 한다. 실천은 박약한데 지원 정책만 성급하게 추진해서 알묘조장(揠苗助長)의 결과가 되거나, 대상자는 몇 되지 않는데 복잡한 자격 제도나 규제를 만들어서 실효 없는 제도로 전락하고 만 사례들을 우리는 이미 숱하게 경험한 바 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협업농장 출발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된 원주생명농업을 비롯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7개 단체는 지난 5월 16일 원주시 호저면 원주생명농업교육장에서 사회적농업 협업농장 열음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열음식에서는 2024년까지 농업인을 중심으로 노숙인, 정년퇴직자 등과 함께 협업농장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기 협업농장 활동가로 지역 내 고령자와 귀농 희망자 20명도 선발했다. 이들은 사회적농업 인식교육, 협업농장 오리엔테이션 등에 참여했다.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돌봄, 교육, 일자리창출 효과가 발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종료 시점에는 영농지원센터와 농촌형 커뮤니티케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글·정리 <원주에 사는 즐거움> 편집부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