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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농업인 새벽시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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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농산물도 없는 게 없는 곳
아침 7시. 하늘이 보얗게 밝다. 완연히 가을이 깊어져 나무엔 단풍이 물들고 일교차 큰 아침 날씨는 매섭다. 평소보다 따뜻하게 챙겨 입은 후, 잊지 않고 지갑에 현금도 챙긴다. 새벽시장 에 가는 길이다. 원주천 인근에 차를 대고 봉평교에서 내려다보 니 쌍다리(원주교)까지 이어진 둔치 주차장에 옹기종기 장이 펼쳐져 있다. 여름철이나 추석 밑보다는 비교적 한산하고, 이젠 해가 제법 짧 아져 조무(朝霧)도 채 걷히기 전이지만, 반복 되는 출근길에서 느껴지는 것과 다른 역동성이 있다. 평소 차를 주차하는 공간에 농산물이 저마다 그득 쌓여 있고, 차가 다니는 일방통행 길로 사 람들이 오간다. 때 이른 누빔옷으로 몸을 꽁꽁 감싼 중년 여성이나, 털모자를 눌러 쓴 할아버 지… 대부분 중·장년층이지만 민낯에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손깍지를 낀 젊은 부부나 할머니를 따라 나온 꼬마, 주인의 뒤를 열심히 따르는 복실한 강아지도 심심찮게 보인다. 자 전거 짐받이에 한가득 배추 따위를 얹어 묶는 장면이나 시장바구니 한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대파가 정겹기 그지없다. 몇 년 째 아침마다 새벽시장을 찾는다는 분은 ‘없는 게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대로 장터에는 배추· 양배추·무·고추·늙은 호박 따위의 채소부터 각종 나물류, 사과·배 같은 제철 과실, 땅콩이나 더덕, 버 섯, 달걀, 햅쌀이나 잡곡까지 온갖 농산물이 풍성하 다. 가장자리에는 손두부나 묵 같은 가공제품이나, 따끈한 국수나 풀빵 따위의 요깃거리를 파는 푸드 트럭(?)도 한 자리 차지 중이다. 커피나 음료를 파 는 노점상도 있다. “고구마는 상처가 나면 금방 못 써서 우린 여기 새 벽시장에서만 팔아요.” “노지재배라 모양은 좀 못생겼지만 맛은 훨씬 좋아.” “오늘 새벽에 따가지고 나왔습니다.” “사실 아직 유기농 인증은 못 받았지만, 비료랑 농 약 안 쓰고 키운 거야.”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다보니 오가는 대화 도 정겹다. ‘농업인 새벽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좌판 한쪽에 동네 이름과 생산자의 이름, 연락처가 적힌 팻말이 내걸려 더욱 믿음직스럽다. 다양한 품 종에 일반 마트보다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가 게 문을 열기 전 재료를 사러 온 사장님이나 운동 겸 장을 보러 나온 주부 등 단골 손님도 많은 모양 이다. 익숙하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벌써 물건을 모두 팔아 정리를 시작한 매대도 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고추를 그러담는 손길, 흥정 을 하며 오가는 능청스러운 대화, 추운데 커피 한 잔 잡숫자며 옆 사람에게 내미는 종이컵이나, 장사 도 안 되는데 화장실이나 갔다 와야겠다며 앞치마 를 벗어두는 아주머니의 가벼운 한탄 같이 눈이 가 는 장면 장면에서 온통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처음 느껴 보는 새벽시장의 활기에 선뜻 말을 붙이지 못하고 사람이 모인 주변만 뱅뱅 돌다, 용기를 내어 양배추를 한 통 구입했다. 두꺼운 종이에 투박 한 글씨로 가격과 함께 ‘위장장애 개선, 면역력 강 화’ 따위의 효능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무뚝뚝한 얼굴의 아저씨는 거스름돈을 주며 맛있게 먹으라는 한 마디를 건넸다. 어느덧 시간은 훌쩍 지나 7시 45분 정도. 새벽시장 에서 벗어나 도로에 올라왔다. 집에 돌아가 아침을 먹고 부지런히 출근을 해야 한다. 원
주천의 물안개 가 걷히고, 새벽시장엔 아까보다 손님이 좀 더 북적 이는 것 같다.




* 원주 농업인 새벽시장

농산물이 나오는 4월 하순부터 김장철인 12월 초순까 지 열리는 장터. 기간 중 매일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봉평교~원주교 사이 원주천 둔치의 주차장에서 열린 다. 원주 지역의 농부들이 직접 기른 수확물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로, 농가에는 다품종 소량 판매로 및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판로의 역할을, 소 비자에게는 싱싱한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1994년 5월 1일 개장한 이래 20년 이상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원주의 명물로, 지난 2009년 ‘원주시 농업인 새벽시장 개설 및 운영 에 관한 조례’가 전국 최초로 제정되는 등 시 차원에서 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고 있다. 17,000㎡ 의 규모의 장터에 340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2016 년에는 34만 명이 방문하고 총 판매액이 84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올해는 새벽시장 개장 직전인 4월 초 에 원주천 둔치를 새로 포장 및 정비하여 한층 쾌적한 환경에서 장터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