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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생활을 스스로 지키는 사람들 – 오사카 에스 생활협동조합(S-COOP)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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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30, 강원도 사회적경제 관련 단체 임직원들은 일본 내 협동조합 운동의 역사와 활동 사례를 학습하고자 일본 오사카의 에스 생활협동조합(S-COOP, 이하 에스생협)을 방문했습니다. 34일 간 진행된 이번 연수에서는 젊은 신입 활동가들이 많이 참여해주어 교육 내내 활기가 넘쳤는데요, 오사카 에스생협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을 직접 견학하고 살피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풍요로운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힘이 필요할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 포근한 잠자리

1030, 세상이 어둑해질 무렵 우리는 일본 간사이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연수는 통역자를 포함한 총 17명이 함께 했습니다. 에스생협측에서 제공해 준 저녁식사와 함께한 환영회는 따뜻했고 부드러웠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빅아이국제장애인교류센터(이하: 빅아이)에 마련되어있는 숙박시설로 돌아왔습니다. 공항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일본을 찾는 외국 장애인 단체들의 단골 방문처로 꼽히고 있습니다. 빅아이에는 널따란 에스컬레이터 세 개가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조명이 밝은 복도를 지나 숙소의 초인종을 누르면 방 안에 불이 반짝반짝 빛을 내는데 이는 청각 장애인을 배려한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큰 창이 있는 방 안에는 방화,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한 안전장비를 갖춰놓았습니다. 널찍한 화장실에 욕조와 변기 옆에는 비상벨을 달아 놓았으며 샤워기를 높이에 따라 설치해 두는 등 여러 가지 장애 유형에 대응한 설비를 갖춰놓아 노약자, 임산부, 비장애인들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숙소에서 보여주는 약자와 작은 것에 대한 관심은 신뢰할 수 있는 일본의 이미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러한 배려 덕분에 잠도 편히 잘 수 있었습니다.

 

에스생협의 모토,

모두가 출자’, ‘모두가 운영’, ‘모두가 이용

훈훈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함께한 둘째 날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연수자들은 교육을 듣기 위해 에스생협에서 마련해 준 차량을 타고 오사카 생협 본부로 향했습니다. 교육은 에스생협 오카 구미 이사장의 에스생협 운동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에스생협은 조합원 모두가 출자하고 모두가 운영하여 모두가 이용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식품·환경·지역·에너지)를 위해, 스스로의 사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출자에 참여함으로써 생협의 안정되고 건전한 운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에스코프 오사카는 6개 지역의 조합원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어 각각 지역에서 조합원은 에스코프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측 연수생이 에스생협의 최종목표를 물어보았습니다. 에스생협의 이시카와 전무는 “FECW, 이 네 가지의 자급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고자 한다누군가에 의존하지 않고 여기에 해당되는 시스템을 그들 스스로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FFood, EEnergy, CCare 그리고 WWork를 축약한 단어입니다. “원주에 방문했을 때 그들이 꿈꾸는 음식, 에너지, 복지, 일하는 것 등 자립가능한 도시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연을 마친 후 연수자들은 에스생협 산하에 있던 복지기관 시설을 방문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정든 마을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복지사업

다음 장소는 장애인시설과 노인복지시설인 데이케어 센터(day-care center)였습니다. 에스생협에서 관리하던 이 복지시설들은 최근 NPO(Non Profit Organization)로 분리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정든 마을에서 누구라도 자신답게 계속 사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상부상조의 힘으로 생활 속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2000년에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간병보험인 개호보험제도가 시작되면서, 생협에서도 복지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복지 담당자 마츠바라씨는 내가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의 제공을 목표로 지역에서 평안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개호보험 서비스와 장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우리나라에서는 혐오시설이라 반대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러한 보장시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하구꾸미’(일본말로 새끼를 품어 키운다는 뜻을 갖고 있음)라 불리는 생활클럽에서는 퇴원 후의 생활복귀와 산후케어 급부, 출산 축하금도 받을 수 있는 알찬 보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6개의 지역위원회에서 개최하고 있는 육아지원 활동으로 부모와 아이가 즐겁게 쉴 수 있는 육아 광장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윤리적 생산과 윤리적 소비로 투명하게

공개되는 소비재 성분

시내를 빠져나온 차량은 시골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연기가 피어나는 굴뚝과 울퉁불퉁한 길이 있는 시골풍경에서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낍니다. 도착한 곳은 가난초라는 동네에 있는 에스생협 생산자의 딸기 농가. 생산자인 와다씨는 아내와 함께 생활의 보탬을 위해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할로윈 주간을 맞이한 카페는 주황색 호박과 마녀 인형, 가랜드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갓 구운 빵에 친환경 딸기로 만든 잼을 발라 맛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와다씨 부부는 카페를 모두가 교류할 수 있는 장소로 운영하고싶다고 말합니다.

에스생협에서는 소비재의 성분내용이 조합원 모두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성분을 아는 것으로 소비재의 배경을 알고, 생산과 소비에 책임을 지는 활동을 통해 생산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음식에 대한 안심과 안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산에 대한 고집은 식량 자급률을 올려 온난화와 급격한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 위기로부터 미래의 식량을 지키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시가현의 호숫가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는 쌀을 중심으로 한 간사이 산지 만들기(식량 기지 조성)’활동도 시작하고 있으며,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반대하여 89%의 식품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상품 구매 결정권을 가진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만이 아닌, 제조의 성격과 제조 과정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동체적 삶을 위한 깨어있는 소비가 되어줍니다.

 

일하는 사람과 더불어 함께 일궈나가는

워커즈 콜렉티브

이 날 연수교육을 마치고 워커즈 콜렉티브(Worker's Collective)로 운영되는 HANDS 카페(이하: 핸즈카페)를 찾았습니다. 워커즈 콜렉티브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출자하여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일으키고, 조건에 따라서 일하는 공동체입니다. 쉽게 말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지역 공헌을 제1의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핵심 내용은 자유로운 노동의 자치로, 고용하고 고용되는 관계를 넘어서 사업을 협동으로 기획하고 노동하는 구조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핸즈카페의 스태프 야마구치 세츠코는 이곳은 아주 반가운 일들이 생기는 곳이라며 녹색에 둘러싸여 얘기하고 먹으며 나이, 장애를 초월하여 다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는 것이 이 카페가 바라는 바라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핸즈카페와 에스생협 직원들이 공연을 마련하여 류큐왕국시대의 노래를 불러주었고 한국측에서는 진도아리랑을 답가로 불러 신명나는 교류의 장이 이어졌습니다.

 

지구생태계를 위한

환경운동

일본에 머문 지 어느덧 3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에스생협에서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벌이는 하치가미네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카 이사장은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강원도 홍천에서 보았던 골프장 건설 반대운동에서 환경운동의 힌트를 얻었다단순한 반대 운동에 머무르지 않고 마을공동체 기업을 만듦으로써 지역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무엇인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골프장을 반대한 결과 골프장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자연을 살린 공원 만들기를 추진하도록 시민에게 호소하고 행정기관에서도 활동을 지속해온 결과 하비스트 힐(Harvest Hill)’이라는 언덕 공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 생협에서 꽤 독특한 환경활동으로 친환경 비누활동을 소개했습니다. 친환경 비누활동은 합성세제가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문제점과, 우리가 합성세제를 사용함으로 인해 환경오염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보는 활동입니다. 아울러 심각해지고 있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회용 용기를 회수하여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로 전환하고, 지구생태계를 위한 친환경 생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간사이 지역에서도 문제의식이 많이 고양되어 자연에너지를 생산해 나가자’, ‘전기를 공동 구매하자는 활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의 소비량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자연 에너지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전력의 공동 구매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장을 위한 상호부조,

전국노동자공제생활협동조합

이날의 마지막 장소는 전국노동자공제생활협동조합(오사카 본부, 이하: 젠로사이)이었습니다. 눈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가 있는 해안도로를 달려온 이곳에서는 일본의 공제사업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공제(共濟)는 협동조합의 사업 가운데 사람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경제적 손해(위험)에 대해 서로 돕는다는 정신 아래 모두 함께 돈을 추렴해 경제적 위기를 공동부담하고 보험의 방법을 써서 보장하는 사업을 뜻합니다. 1957년에 설립된 약 6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젠로사이는 유족 보장, 의료 보장, 장애·개호(돌봄) 보장, 노후 보장, 화재 등에 따른 주택·가재도구 보장, 자동차사고 배상책임 보장 등 6개 분야의 공제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젠로사이는 36천억 엔이 넘는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사람은 만인을 위해서, 만인은 한사람을 위해서라는 이념에 기초하여 조합원들의 생활을 지키며, 풍요로운 모습을 하는 것이 조직의 목적이라고 합니다. 젠로사이 모로비츠 상무는 모두가 서로 돕고 풍요롭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가 저희들의 이념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의 변화

마지막 날에는 에스생협 물류센터를 견학하고 에스생협 매장을 들러, 생협의 질 좋은 상품을 구입했습니다. 일본의 좋은 환경에서 재배되고 정성들여 만든 상품들을 저렴한 값에 구입하니,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 여행의 기억을 순간순간 되새길 수 있게 해줍니다. 지인을 위해 사온 물품들을 가득 실은 캐리어를 줄줄이 끌며, 연수자들은 오후 비행기를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원주에 돌아왔습니다.

지역을 새롭게 창조해나가는 에스생협의 식품 및 복지 등의 사업부터 워커즈 콜렉티브 운동까지 우리 사회가 배울 점은 많았습니다. 이들은 에스생협 조합원 개개인의 사회적 성장을 돕는 활동들은 의미 있는 일을 찾고자 하는 조합원의 마음을 조직화하고 그 마음을 사업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지역 속에 새로운 일터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소비뿐 아니라 생산을 어떻게 다룰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윤리적 생산과 윤리적 소비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결국 시민의식의 변화였습니다. 그 과정들이 조금은 성가시고 귀찮을 수 있겠으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믿음에서 지역의 살림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운동이 지역 자치 운동과 더불어 지역 생명 살림 운동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역민에게는 우리 지역의 농업과 농촌을 지켜야 하는 소중한 가치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 생산자에게는 정직과 신뢰 있는 품질로 의무를 다하기 위한 조직화와 운영 지원이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지역 안에 이러한 조직 단체가 생겨난다면 지역의 문화가 바뀔 것입니다.

 

일본에서 돌아오니 한국은 한파주의보가 내려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그렇지만 작은 마음씀씀이 하나로, 작은 행동 하나로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줬던 일본사람들의 삶에서 느꼈던 온기(溫氣)가 아직은 남아있어 당분간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들의 훈훈한 마음씨와 친절함에 크게 감명 받았습니다. 사랑과 희망, 도전과 신념이 있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 김예은 사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