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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굽이 돌아돌아 세월을 품은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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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치옛길은 신림과 황둔을 잇는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감악산과 응봉산 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가장 야트막한 고갯마루로 이어지는 길은 1990년 산 아래 신림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원주와 영월을 오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멀리 천 년도 전 후고구려를 세웠던 궁예가 군사를 거느리고 동쪽으로 진출했던 길이고, 500년 전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긴 소년 단종이 유배 가며 지났던 길이며, 방랑 시인 김삿갓이 유랑을 떠나며 밟았던 길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숱한 옛사람들도 싸리치옛길을 통해 발걸음을 옮겼으리라. 기억으로 남아있진 않지만, 영월에 살았던 나 역시 갓난아이 시절 원주의 병원을 찾기 위해 택시를 타고 몇 번인가 싸리치옛길을 넘나든 적이 있다. 폐도가 된 후 방치되었던 이 싸리치옛길을 신림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말끔히 복원한 것은 지난 20029. 이후 이따금만 길손이 지나는 호젓한 길로 남아 있다가, 2011년 원주시에서 원주굽이길책자를 발간하면서 원주 걷기여행 코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올 봄에는 신림권역 종합정비사업의 일환으로 한 차례 정비를 거치기도 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