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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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2,896 | |
훈풍 타고 내리는 연분홍 꽃비에 젖어드는 계절, 4월입니다. 마음껏 걸으며 자연의 너른 품을 느낄 수 있는 축복 받은 삶이 고마워 매 순간 환호하게 됩니다. 카메라를 들고 역사 속 시간의 향기가 그득한 여행길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 치악산 자락 한편에 자리한 반곡역은 서울에서 경주를 잇는 중앙선의 작은 기차역으로 일제강점기에 벌목을 운반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165호)으로 등록되어 애잔한 철도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현재는 반곡역 갤러리로 운영되며 시민들의 문화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반곡역 입구 양옆으로는 오래된 벚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4월엔 봄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반곡역은 중앙선 복선화에 따라 얼마 후엔 사라질 노선으로 한동안 무정차 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의 출·퇴근을 위해 열차가 정차한다. 역은 사람들이 만나고 떠나는 장소이자 그리움과 기다림이 있는 공간이다. 반곡동 혁신도시 뒤편 이름도 예쁜 달마중 길을 따라 오르면 작은 간이역이 나온다. 치악산 서쪽 자락 한편에 자리한 반곡역은 주변 신도시의 최첨단 풍경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폐역의 운명을 맞게 될 반곡역은 75년의 역사와 함께 그림처럼 펼쳐질 옛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곡역은 일제강점기 말 소규모 지방 철도역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로, 원주에 있는 만종역, 간현역, 신림역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간이역이다. 역사驛舍 앞에 수문장처럼 서 있는 벚나무 두 그루는 70년의 수령을 자랑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오면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풍경과 만날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신혼부부 웨딩촬영 배경지로 입소문을 탄 지 오래다. 역 광장 주변으로 오래된 느티나무와 소나무, 은행나무가 작은 숲을 이뤄 운치를 더한다. 역사 좌측에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간이의자와 통나무 벤치에 앉은 사람들은 호젓한 마음으로 주변 풍광을 감상한 후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반곡역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문을 열었다. 벌목 운송을 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래 청량리역과 경주역을 연결하는 중앙선 여객의 간이역 역할을 해왔다. 도로가 발달하면서 철도 이용 승객이 계속 감소하였고, 1996년부터 매표를 하지 않는 ‘승차권차내취급역’으로 격하되었다. 2007년에는 여객취급을 아예 하지 않는 무정차 역이 돼 더는 승객이 타고 내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원주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2014년부터 무궁화호 여객열차가 하루 4회 정차하고 있다. 중앙선 복선화에 따라 원주~제천 구간이 완성되면 폐선이 될 철로로 여객·운송기능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옛 정취를 간직한 반곡역은 명절에 고향 역에 온 것 같은 마음의 풍요를 선물하고 있다. 반곡역은 건축물 원형 보존이 우수해 등록문화재 제165호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에는 역내 대합실이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탈바꿈되어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반곡역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나면 역사와 문화, 예술과 향수가 공존하는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흩날리는 벚꽃 잎과 플랫폼에서의 만남과 작별의 인사가 긴 여운으로 남는다. 글. 김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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