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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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500 | |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아무튼 산>
장보영 저 · 코난북스 2020 흔히 혹은 ‘인생노잼시기’라고 부르는 증상이 있다. 말 그대로 인생이 몽땅 재미없고 무엇을 보아도 감흥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유독 성실한 사람들에게 자주 발현된다. 정해진 교육과정을 착실히 이수한 뒤 나름대로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 열심히 일하며, 종종 안부를 물어보면 ‘별 일 없어’라고 대답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말이다. <아무튼 산>은 삶에 지쳐 무너져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무기력의 늪에 빠진 나머지 ‘산? 어차피 내려올 거 왜 올라가?’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무튼 시리즈’는 세 명의 일인출판사(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대표가 진행하는 출판 프로젝트다.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라는 모토 아래 지금까지 40여권의 책이 나왔다. <아무튼 산>은 아무튼 시리즈의 스물아홉 번째 책으로 올해 6월에 출간됐다. <아무튼 산>의 저자 장보영 작가는 잡지사 에디터 출신 트레일러너(산, 들, 초원 따위의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사람)다. 그간 출전한 트레일러닝 대회만 삼십여 개에 이른다. 길이로는 장장 1,500km에 달한다. 소개가 이쯤 이르면 ‘야~호~!’를 외치며 세상에 태어났을 것만 같다. 그러나 그에게도 등산은커녕, 견딜 수 없이 무료한 일상에 하루하루 시들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쑥 들려온 마음의 소리를 따라 떠난 여정이 ‘지리산 화대종주’였다. 이후로 주말마다 산으로 떠나며 피로와 무력감을 해소했다. 산행은 급기야 히말라야까지 이어졌다. 그는 네팔 등지에서 무려 반년의 세월을 보내고서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산악잡지 에디터로 일하며 본격적인 ‘산사람’으로 살아간다. 작가의 등반 이력과 산에 대한 사랑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아무튼 산>은 수없이 산을 오르내리며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분투기다. 꼭 산에 가지 않아도 좋다. 우리 각자가 행복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생각에 잠시 잠겨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못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아무튼 산>을 권한다.
글 황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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