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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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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에서 살으리라

금장태 지음
(주)도서출판 이음 · 2019


한국 유학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금장태(75) 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가 산촌에서 사유한 소소한 일상의 기록 「청산에서 살으리라-산촌일기」(㈜도서출판 이음)를 펴냈다.

평생 유학을 연구한 학자답게 그의 산촌 생활도 선비들의 자세를 실천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책 곳곳에서 보인다. 그가 아내를 따라와 머문 곳은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대안3리 대수리 마을이다. 지인의 별서를 빌려 아내가 먼저 내려왔고 금 교수는 후에 합류했다. 그는 그곳 대수리 마을에서 누워있는 부처를 만나 유유자적 노닌다. 청향당(淸香堂)이라 이름 붙인 곳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상리원(桑李園)을 다듬으며 기어이 숲으로 만들어 늙은 곰처럼 살아갈 것을 희망한다. 면앙정 송순의 시조, 

“십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어
나 한간 달 한간에 청풍 한간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어 둘러두고 보리라”


를 읊조리며 집 뜨락 앞 병풍처럼 막힌 산봉우리마저 정답게 받아들인다.

이 책은 한국 유학의 최고 전문가로서가 아닌, 노년의 유학자가 산촌에서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나간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곳곳에는 공자(孔子)와 장자(莊子), 주자(朱子), 맹자(孟子), 육조 혜능의 이야기를 비롯해 두보와 도연명(陶淵明), 퇴계, 다산 정약용 등 저자의 학문 세계를 쉽게 엿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대수리 마을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성찰하고자 한 저자가 이제는 산골에 길들여져 가는 일상의 평화를 느낄 수 있다. 상리원 숲으로 떠난 늙은 곰이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노년의 유학자는 오늘도 생의 두번째 성모 마리아 보살핌 속에 하늘과 바람과 새와 꽃들에 둘러싸여 청산에 살고 있다.
 

“산이 웃고 있어요”

“당신은 시인이구려.”



글 원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