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2-23 |
---|---|---|---|
첨부파일 | 조회수 | 917 | |
다시 새해 어제보다 딱 하루 더 살았을 뿐인데, 흘러간 365일이 순식간에 과거라는 이름표를 달고 저 멀리 후퇴했다. 문득 작년 새해 계획을 되돌아본다.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자 주방 수세미를 직접 만 들어 써보고 싶었고 운동과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려고 했었다. 그 결과 전화영어 선생님의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했으며, 덧없이 묶었다 풀기를 반복한 실뭉치는 방 어딘가에 숨어 고양이털과 먼 지 수납을 담당하고 있다. 몇 번인가 집 근처를 서성이며 산소를 소비하긴 했지만 내 몸을 구성하 는 근육과 지방의 부피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딱 하루 더 살았을 뿐인데, 지극히 평범했던 지난 일상이 게으름의 방증이 되고 말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래 전 인간을 일컬어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던데, 이맘때 유독 절감한다. 모두가 각자의 영역을 성실히 구축할 동안 대체 뭘 하고 살았느냐, 나 자신이여. 언젠가부터 몇 살 이냐고 묻는 질문에 쉽게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나이를 몰라서가 아니라 나를 정의하는 숫자가 낯 설어서다. 연연이 숫자가 바뀌어도 마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종류의 조바심이 찾아오 면 패배감에 젖어들게 될 걸 알면서도 공연히 SNS를 켜고 남들이 이룬 빛나는 성취를 감상하곤 한 다. 확실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는 한, 타인의 삶을 신경 쓸 수밖에 없 다. 나는 이만치, 다른 이들은 저만치. 아리스토텔레스는 알았을까? 자신이 깊이 고뇌하며 내린 명제를 먼 훗날 누군가 이렇게나 보잘 것 없는 성찰에 적용할 줄 말이다. 새해다. 허약한 생각일랑 그만두고 마음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비록 여태 플라스틱에 둘러 싸여 살아가는 1개 국어 구사자 신세를 면하진 못했지만 나 또한 뭔가 잘한 일이 있을 것이다. 작 년을 수놓은 가지가지 실패 사이에서 그나마 괜찮은 결과를 애써 헤아려본다. 식사 뒤 바로 설거 지하는 습관을 들였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잘 먹는 습식사료를 찾아냈다. 무용지물이던 운전면 허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뱉어도 괜찮은 친구들을 새로 사귀었다. 마감날 짜를 (거의) 어기지 않았으며 책도 한 달에 한 권씩은 읽었다. 어라! 어쩐지 힘이 솟구친다. 제법이 군. 이만하면 괜찮은데?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뭐 있겠냐만, 새롭게 부여된 360여개의 하루를 앞으로 어 떻게 사용해야할지 솔직히 막막하다. 올 연말 즈음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길 바랄 뿐이다. 어 차피 달성 못할 새해 계획을 갱신하는 대신, 오늘부터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한다. 바람이 어떻게 불든, 돛은 펼치기 나름이랬다. 게으름이 불어와도, 무기력이 쏟아져도 나침반이 망가지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다. 이렇게 새해 벽두부터 자기합리화라는 새로운 기술을 획득했다. 뭐 어때. 글 황진영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