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기는 눈에 비지 않는다카이” <애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 최현애 옮김 도서출판 이팝 · 2021
“저기…… 양 한 마리만 기레도.” “뭐라카노.”누가 봐도 영락없는 한국인의 대화다. 경상도 지역 방언인데, 가만 살펴보면 내용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다름 아닌 『어린 왕자』다. 『어린왕자』를 경상도 사투리로 새롭게 해석한 『애린 왕자』는 우리나라의 도서출판 이팝과 독일의 언어수집 전문 출판사 틴텐파스(Tintenfass)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틴텐파스는 모스부호와 이집트 상형문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버전의 『어린 왕자』를 펴낸 바 있다. 『애린 왕자』는 그 중 125번째 시리즈로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역정서가 고스란히 녹아드는 번역을 위해 프랑스어와 영어, 표준어를 거쳐 작업했다. 『애린 왕자』는 2020년 6월에 유럽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6개월 만에 초판 300부가 동났다. 인기는 이내 한국으로까지 이어졌다. SNS 입소문을 타고 『애린 왕자』 구매 인증이 쇄도했다. 『어린 왕자』는 불멸의 고전이다. 국경과 세대를 넘어 언제나 변함없는 감동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애린 왕자』가 주는 감동은 조금 더 색다르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설다. “니 장미를 그마이 소중하게 만든 기는 니가 니 장미한테 들인 시간 때문 아이가.” 그저 텍스트일 뿐인데 나도 모르게 특유의 억양이 귓전을 맴돈다. 이렇게나 이질적이고 친근한 어린왕자라니. 양극단의 감정을 빠르게 오가며 읽다보면 어쩐지 뭉클하다. ‘함께 골목 띠 당기면서 흙 같이 파 묵던’ 친구들을 위해 『애린 왕자』를 만들게 되었다는 역자 최현애 씨의 고향은 경상북도 포항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다채로운 사투리의 향연은 그래서인지 무척 정답게 느껴진다. 마치 포항에 사는 친구가 여행 중 만난 특별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것만 같다. 마침 『애린 왕자』는 오디오북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글자보다 소리를 선호하는 이라면 오디오북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글 황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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