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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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778 | |
진영논리의 오류를 넘기 위한 공감의 확장
연말연시에는 각 단체별로 총회, 이사회 등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의사결정 이벤트를 개최한다. 최근 전국단위의 단체의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지역과 출신 등 다양한 분모별 그룹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런데 쉬는 시간이 되어 간식을 먹을 때는 서로 먹을 것을 권하기도 하고, 가벼운 이슈나 다른 문제로 서로 다른 그룹이 어울리곤 했다. 방금 전까지 치열하게 다투다가 긴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또 다른 이슈로 허허 웃으며 얘기하는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진영논리, 적의 적은 내편?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가재는 게 편, 초록동색(草綠同色) 등 비슷한 의미의 표현도 많다. 진영논리란 특정 인물, 집단, 사물, 사건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그 기준이 그 대상이 어떤 진영에 속해 있는가를 다른 것보다 우선시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특히 진영논리를 중요시하여 논증을 펼치면 논리적 오류가 된다. 사람은 판단하는 주체와 ‘같은 진영’에 속하면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기 쉬운 반면, ‘다른 진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기 쉽기 때문에 이러한 진영논리 문제가 쉽게 발생한다. 이 경우 진영논리를합리화하기 위해 확증편향, 이중 잣대 등 논리적 오류의 근거를 동원하여 자기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진영에 속해 있지 않은 제3자가 진영에 속한 사람에 비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이 제안한 공감의 3단계가 있다. 먼저 1단계는 정서적 전염이다. 우리 몸에는 거울 신경세포 일명 공감세포가 있는데, 관찰 혹은 간접 경험만으로도 그 일을 직접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신경 작용이다. 이는 개나 생쥐 등 동물들도 가능하다. 2단계는 동정심이다.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능력이다. 침팬지에게도 있는데 경쟁하는 수컷들의 다툼의 승자가 패자의 등을 두드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3단계는 역지사지. 이는 관점을 전환해 보는 것으로 인간만 가지고 있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상대방의 입장을 추론하는 행위로 인지적 공감이라고 한다. 즉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적극적으로 머리를 써서 추론을 해야 한다.
한 사람 안에는 다양한 정체성과 취향이 있다. 그에 따라 얼마든지 여러 공동체에 속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다. 내 집단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로 묶일 수 있는 공통점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섞일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도 어느새 ‘우리’가 되어있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그 순간 서로는 구심력이 작동한다. 인간관계의 구심력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 그 힘을 그대로 두고, 구심력의 대상을 바꿔보는 경험을 해보자.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각계각층에서 소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공감과 상호작용이 먼저다. 관점의 전환과 따뜻한 눈빛. 진영을 자꾸만 가르는 것이 아닌 우리를 계속 확장하는 방법이다.
글 정주형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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