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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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2,874 | |
미스 손탁 정명섭 지음 서해문집 · 2018 2007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중국의 뤼순 감옥에 간 적이 있다. 심양에서 단둥을 거쳐 다렌까지 간 뒤뤼순 감옥에 들러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다렌에서 남으로 50여분을 달려 작은 항구도시의 뤼순 감옥에 갔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뤼순 감옥 야외는 잘 정돈된 잔디밭이었고 따뜻한 햇살도 들어왔다. 감옥안으로 들어섰을 때야 비로소 어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과거 일제강점기 그대로 이어진 것처럼 온몸이 마비되는 듯했다. 이곳에서 안중근 의사와 신채호 선생은 조선의 광복을 위해 싸우다 순국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는 얼마나 진실 앞에 혹은 정의 앞에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경계에서 혹시 나는 비굴하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올해는 1919년 들불처럼 번진 3·1운동 100주년이다. 이 특별한 해에 원주에도 특별한 책 한권이 전해졌다. 작가 정명섭의 신작이면서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세 번째 책인 「미스 손탁」이 한 도시 한 책 읽기 바람을 타고 도착한 것이다. 구한말, ‘손탁빈관’이라 불리며 각국 외교관과 정부 관리들이 드나들며 외교전을 펼치던 손탁호텔. 호텔의 주인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친척으로 알려져 있고, 대한제국 황실과도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계 독일인 손탁 여사다. 실재했던 장소와 인물이 펼쳐 보이는 가상의 이야기가 역사와 만났다. 이 책에서도 안중근 의사와 신채호 선생 못지않은 열사 한 분을 만날 수 있다. 열여섯 살 학생이면서 호텔 보이의 눈으로 본 서울 정동거리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잠시 현실에서 벗어난 우리가 10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독립운동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만이라도.
글 원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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