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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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3,335 | |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김금희 지음 · 곽명주 그림 마음산책 · 2018
매일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시절, 앞사람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눈앞에 마주하며 생각했다. “왜 우리가 이렇게 가까워야 해?” 2호선과 6호선이 겹치는 합정역에서 환승할 때 촘촘한 간격으로 우르르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왜 내가 여기에 있어야 돼?” 나는 일상에서 마주한 어떤 장면을 아주 잊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다. 이 책은 엽편 소설 묶음집이다. 출근길에 들른 토스트 파는 트럭에서 스친 사람들을 살피거나 BoA를 좋아하는 대학 동기가 버스에서 내뱉은 한 마디를 고스란히 담았다. 무언가 의도하고 만난 장면이 아니라 어쩌다가 본 장면이 실려 있다. 돌아보면 삶은 모두 이런 구성이다. 호흡이 짧은 단편이 모여 전후가 부자연스러운 기억으로 남는다. 종로 영풍문고 지하 스타벅스에서 나눴던 대화가 겨울밤 청계천에 띄운 연등으로 바로 점프하듯이. 청운동 윤동주 문학관에서 본 서울 야경이 대학로 서울대병원 안 길로 바뀌듯이. 금요일 밤 잠들기 전 스탠드 불 하나만 켜놓고 천장을 바라본다. 이번 주 내내 흩어진 것을 모은다. 당장 어제 먹은 아침밥 메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며칠 전 친구들과 나눠 마신 와인은 또렷하다. 어지럽던 이십 대 초반에 무성했던 “너는 네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해”와 자매품 “네가 듣고 싶은 것만 들어”라는 말. 자체 휴강을 하고 대학 동기들과 다 같이 갔던 따뜻했던 한강에서 우연히 만난 이창동 감독. 일방적인 그리움과 정신 승리와 다름없는 한 면의 기억, 너와 내가 뒤돌아 걸어야 했던 이유, 수많은 사람의 말이 모두 지겨웠던 까닭, 원주에서 서울을 말하고 서울에서 원주를 말해야 할 때, 하고 싶은 것이 누워서 잠드는 게 전부였던 어느 날이 얼기설기 늘어졌다. 분명 이번 주만 모으려고 했는데 오늘도 실패다. 그러다 책이 끝났다.
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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