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스토리


SPEECH STORY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05
첨부파일 조회수 3,498


언어, 협동을 이루려는 유전자의 목소리

일상적으로 TV 앞에 앉아 리모콘으로 내가 보고 싶은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곤 한다. TV를 조정하는데 쓰이는 리모컨은 적외선이라는 규칙적인 박자를 이용해서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인간의 언어가 소리라는 비연속적인 박자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가 기분에 따라 텔레비전 설정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서 관심사에 맞도록 다른 사람의 뇌 내부의 설정을 바꾸려고 한다. 언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유전자와 같다. 아기가 그저 어떤 소리로 물체들을 방안에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을 상상해보라. 마치 마법과 같은 경험을 한다.


언어의 파괴적인 힘

언어의 파괴적인 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인정되어 왔다. 검열 제도, 불온 서적, 금지어 등이 왜 존재해 왔을까.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는 언어의 힘에 대한 우화이자 경고이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초기 인간들은 그들의 언어를 이용해서 협력하며 하늘에 도달할 수 있는 탑을 쌓을 수 있다고 자만했다. 그러자 신은 그의 힘을 강탈하려는 시도에 화가 나서 탑을 파괴했고 다시는 그러한 탑이 지어질 수 없도록 사람들에게 다른 언어를 주어서 흩어지게 했다. 다른 언어를 주어서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놀란 만한 아이러니를 깨닫게 한다. 바로 언어가 우리의 소통을 막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언어와 사회적학습

인간이 동물들과 달리 스스로 변화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언어와 사회적 학습이라는 능력 덕분일 것이다. 아리러니하게도 사회적 학습이 사실 시각적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봄으로써 배울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훔칠 수 있고, 그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해 들여야한 시간과 노력이 줄어드는 이익을 얻는다. 그래서 사회적 학습은 시각적 도둑질이라는 표현을 쓴다. 대략 20만년 전에, 인간은 큰 위기를 대면하게 된다. 네안데르탈인처럼 작은 가족단위로 회기하여 제한된 지식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호모사피엔스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과 협동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이 선택을 통해 개인이나 한 가족에서 생길 수 있는 지식과 지혜보다 훨씬 더 많고 축적된 지식과 지혜가 모든 개인에게 통용될 수 있게 되었다. 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전된 의사소통 시스템이 바로 우리의 언어인 셈이다. 언어는 시각적 도둑질이 가져다 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언어는 협동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협약을 맺거나, 타협을 보거나, 우리의 활동을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술인 것이다.

맺음말

인간은 협동하기 위해서 뿐만아니라 협동하는 그룹 주위에 선을 긋고 그룹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언어를 다양하게 나누기도 했다. 아마도 지식, 지혜와 기술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이기성이 발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 경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대 세계는 과거의 어떤 시대보다도 자기 자신과 또 서로와 소통하고 있다. 인간의 오랜 경험이 유전자에 들어있다. 협동을 통해 인간은 발전해 왔고, 언어가 그러한 의사소통 시스템의 기본이 됨을 확인할 수 있다. 갈등과 분열이 아닌 소통과 협동을 위한 언어를 쓰자.


글 정주형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