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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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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미식은 생명에 대한 교양 존중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선생님은 우리 식재료의 원산지 표시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만드는 로컬푸드 예찬론자로, 먹고 사는 일이 우리네 삶의 본질이며 여럿이 함께 나누는 음식은 하나의 ‘사회’이며 ‘문화’임을 깅조하는 음식칼럼니스트입니다.
이 글은 2017년 11월 14일 성남·용인 무위당학교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해 실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2시간 동안 여러분들에게 먹는 이야기를 할 텐데요, 여러분들에게 드린 자료에 ‘먹는 이’를 생각한다고 써놨어요. 먹는 이를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정치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살림이 하고 있는 생협운동은 정확히 말하면 정치운동이에요. 저는 ‘올바른 음식을 먹는다’는 그 생각 자체가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요리사가 왜 정치를 이야기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정치가 잘 돼야 요리사도 먹고 살 수가 있지 않겠어요? 정치라는 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자기가 일한 만큼 먹고 살고, 부당한 일 당하지 않고 잘 살자는 발버둥이에요.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이런 나라들이 지금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잘 굴러가는 나라들이죠. 이들 나라의 국민들은 대체로 행복지수도 높고, 좋은 음식을 잘 골라서 먹을 권리를 누리고, 부당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적어요. 우리도 이런 나라들을 본받으면 먹는 문제를 비롯해 우리가 분투하고 있는 문제들도 상당히 많이 해결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저는 요리사의 생각을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제 생각이 한살림에서 조합원이나 활동가로 참여하는 여러분의 일과 어떻게 결부가 돼 있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구 자원을 언제까지 소비할 수 있을까
지구 나이가 45억년 정도 됐다고 합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저는 과학자들이 참 존경스러워요. 지구의 나이를 1년으로 보았을 때 인류라는 종이 나타난 건 12월 31일 오후 11시 57분쯤이라고 해요. 간단히 얘기하면 인간은 1년의 마지막 날 3분 전에 나왔는데, 지구를 불과 200년 만에 거의 걸레를 만들었어요. 석유의 과다소비와 환경오염으로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각하죠. 얼음이 녹아서 북극곰이 이동도 못하고, 먹이를 쫓아갈 수 없어서 굶어죽게 생겼다고 하잖아요. 항공기로 냉동 닭고기를 투하해주 것이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 가끔 나옵니다. 지구 파괴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인간의 업보죠. 우리는 석유를 이용해 불을 때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겨울에도 집이 따뜻하니까 런닝셔츠를 입고 살죠. 이렇게 지구 자원을 펑펑 쓰면서 한편으로는 ‘한정된 자원을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까’하고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사이클대로 돌아가고 있는 거죠. 석유를 때고, 아침에 일어나서 치약과 샴푸를 쓰고, 뜨거운 온수를 콸콸 틀어 샤워하고,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지하철, 자가용 타고 회사에 가면 환하게 불이 켜진 사무실에서 일하고, 저녁 때 소주에 삼겹살 먹고 집에 택시타고 들어가고, 이런 생활 패턴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들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데 그것을 벌충하진 못해요. 물론 지구 파괴를 걱정하고 대책을 고민하는 선구자들이 있어요. 바로 과학자들이죠. ‘마션’이라는 영화를 보면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자신의 배설물로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는 언젠가는 망할 것이다’라는 전제에서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거죠. 우리 자손들이 화성에 가서 감자를 재배해야 하나요? 그런 건 아무도 바라지 않아요. 그러면 지구가 망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인류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마다 지혜를 찾았듯이 말이죠. 인류의 역사에는 대공황도 있었고 세계대전을 일으켜 서로 쏴죽이고 핵전쟁의 위협이 있었지만 항상 그런 것을 돌파해왔어요. 소련과 미국은 60년대 이후로 엄청나게 싸웠지만 핵안전협약을 맺는 등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냈죠. 요즘 북한과 미국이 북핵 문제로 다투고 있지만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그렇게 찾아내다보면 뭔가 해결책이 나오겠죠. 하여튼 더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짜내서 우리 자손들이 대대로 지구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건 우리가 머리를 좀 쓰면 돼요. 전부 한살림 가입하면 됩니다.(웃음) 한살림은 나와 내 아이들을 지키고 궁극적으로는 지구를 살리자는 운동인 거죠. 그렇게 살자고 했던 게 무위당 선생님의 뜻이었어요. 사람과 지구를 살리고자하는 무위당 선생님의 생명사상에 많은 분들이 뜻을 함께 하게 된 것이죠. 전국의 수많은 생협들이 그렇게 해서 생겨났습니다. 유럽에 가보면 동네 슈퍼의 절반이 생협입니다. 일본도 가입율이 높고 대형마트 크기의 생협도 많습니다. 한살림 생협 매장이 백화점에 붙어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신나겠어요. 내가 가서 쇼핑을 하면 그 이익이 어느 기업에 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우리한테 돌아오는 거예요.
유럽에는 그런 도시가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이탈리아가 그렇습니다. 거기서는 coop 발음을 ‘쿱’이라고 안하고 ‘꿉’이라고 해요, 거기 가서 물건 사면 물건을 파는 조합원 아주머니들이 별로 친절하지도 않고 무뚝뚝해요. 왜냐? 갑을관계가 아니니까요. 한국에서는 매장 직원들이 손님 앞에서 쩔쩔매죠. 물건을 팔고 나서 혹시 저 손님이 컴플레인하지 않을까 걱정하죠. 그래서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 가보면 “고객님. 고객님”하면서 직원들이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고 훈련이 굉장히 잘 돼있죠. 유럽의 생협 매장에 가보면 계산하는 아주머니들이 다리 꼬고 있어요. 손님이 “봉투주세요” 하면 봉투만 건네주고 넣는 것은 네가 넣으라고 합니다. 물건을 사는 너도 물건을 파는 나도 똑같이 조합원이라는 거죠. 아는 조합원을 만나면 계산을 하면서 수다를 떨어요. “지난 주 네 아들 결혼식 때 보니까 신부가 너무 예쁘더라. 예쁜 며느리 봐서 좋겠어.” 뭐 이런 농담을 하고 있어요. 뒤에 길게 줄이 서 있는데도 빨리 가라고 안 해요. 왜? 다 같은 조합원이니까. 우리나라 생협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죠. 어느 구석진 조그만 가게에서 자기들끼리 배달하고, 이런 게 한국의 생협 수준 아니에요? 우리 삶의 팍팍함. 교육의 부족,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생협이 더 커지지 못하는 이유죠. 얼마든지 더 강력한 생활 조직으로 변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문제를 얘기하다가 생협 얘기를 하게 됐네요.

우리가 소비하는 먹거리는 어떻게 생산되고 공급 되는가
그럼 지구를 파괴하는 것이 무엇이냐. 결국 우리들이 먹고 마시고 입는 행위 자체가 다 원자력, 석유, 석탄이라는 말이죠. 그게 제일 문제예요. 예를 들면 치킨을 하나 주문했어요. 치킨은 전라북도 익산에서 생산한 닭이에요. 닭을 키우려면 닭 무게 몇 배 이상의 석유를 써야합니다. 냉난방을 해줘야해요. 닭이 먹는 사료는 미국에서 옥수수로 기름을 때서 생산을 합니다. 육계종 닭을 키우려면 먼저 새끼 병아리를 사야해요. 새끼를 부화해서 키우기 어려우니까 브라질에서 사와요. 이렇게 사온 것들은 유전자를 조작해서 3대 이상 못가요. 사와서 미국 사료를 먹이고 석유를 때서 길러요. 양념치킨 있죠. 거기에 물엿이 들어갑니다. 진짜 엿이 아니고 옥수수 과당이에요. 미국인들이 생산하는 옥수수를 세계인을 먹는 거예요. 안 먹어도 되는데 식량을 무기로 전 세계 곡물시장을 주무르는 미국이 수출구조를 그렇게 만들어놨어요. 우리가 치킨을 먹는 것은 닭을 사육하는 우리의 양계 농가를 돕는 것보다 미국 농민이나 다국적 곡물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죠.
동네마다 치킨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죠. IMF 때인 97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치킨집이 엄청 급증했어요. 회사에서 잘리거나 고용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들이 치킨 장사를 만만하게 보고 모두들 뛰어든 거죠. 지금도 계속 늘고 있어요. 치킨이 우리 사회의 경제, 인권, 산업, 각종 문제의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병아리를 며칠 길러서 먹는 거 같으세요? 두 달 60일? 사육 기간이 점점 단축되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40일짜리가 많았어요. 지금은 30일짜리가 많아요. 회사들이 닭 값을 올리는 대신 치킨 크기를 줄여요. 20여 일 키운 8호, 심지어 7호 닭도 써요. 그러니 치킨이 점점 작아지고 먹을 게 없어요. ○○ 두 마리 치킨 잘 아시잖아요. 마릿수만 두 마리지 별로 먹을 게 없죠. 요즘은 세 마리 치킨도 나왔어요. 파우더만 많이 묻혀서 튀겨내고 있어요. 이러다가 네 마리 치킨도 나올 것 같아요.
후레시 모차렐라 아시죠? 카프레제 샐러드 만드는 모차렐라 치즈 말입니다. 이탈리아 식당에서 그걸 써요. 그게 저한테 날아오는 과정을 생각해보니까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에 모차렐라를 생산하는 물소들이 살아요. 물소는 겨울이 되면 추워서 얼어 죽어요. 원래 인도·네팔·미얀마에서 자라는 아시아산이거든요, 그래서 난방을 해줘야 해요. 석유를 돌리고 전기 착유기로 젖을 짜서 모차렐라를 생산을 해요. 그걸 팩에 담아서 냉장차로 공항으로 이송해요. 공항에서 냉장컨테이너에 실려 인천공항으로 날아와요. 인천공항 냉장 보세창고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검사를 받고 나면 냉장차에 실려 수입회사 창고까지 와요. 수입회사 창고 오면 끝이냐? 도매회사로 가야죠. 도매상에 가서 주문한 각 식당으로 배송돼요. 식당에서 그걸 받아 냉장고에 넣었다가 요리사가 아침에 출근해서 석유를 때서 냉난방을 돌리는 가게에서 그걸 꺼내서 손님에게 줍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먹거리가 어떻게 생산되고 공급되는지 알고 또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는 거예요. 가급적 자기 나라,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된 것을 먹어야 지구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어요.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고,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생활협동운동이고 협동조합정신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서 무농약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먹으면서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분들의 정신에 우리가 동조해주는 거죠. 토지를 착취하지 않고 농약으로 오염되지 않은 흙을 다음 대까지 넘겨주자는 거죠. 땅은 유한하고 우리는 죽으면 끝인데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땅을 왜 망가뜨려요. 45억 년 전 부터 있던 땅을 200년 만에 우리가 망가뜨리고 있어요. 이제는 정신 차려서 후손들에게 건강한 땅을 남겨주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요즘 로컬푸드나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새로운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를테면 유기농 식품을 유행과 멋과 이기적인 심리로 소비하는 거죠. 내가 부자니까 유기농 식품을 먹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서울 부자 동네에 가면 뉴질랜드 산 수입 유기농 식품을 파는 상점이 있어요. 농약 안치고 유기농으로 생산했어도 배타고 오면 끝이에요. 배타고 왔는데 그게 무슨 유기농이에요. 진정한 유기농이 될 순 없겠죠. 뉴질랜드산 유기농 식품을 먹는 사람들이 우리 농부를 생각하겠어요? 유기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연대정신입니다. 같이 살고, 같이 나눠먹고, 우리가 연대해서 같이 살아보자. 이게 바로 한살림 정신이고 유기농을 먹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뉴멕시코주 같은 곳에서 유기농 채소를 생산합니다. 유기농업을 하니까 살충제를 못 뿌리죠. 그래서 시간당 5~6불 주고 불법 이민자들 고용해서 땡볕 아래서 손으로 벌레를 잡아 없앱니다. 그게 냉장차에 실려서 만 킬로미터도 넘는 뉴욕이나 시애틀까지 가요. 그 다음날 아침식탁에 도착하는데 이걸 ‘헬시 유기농 샐러드’라고 부릅니다. 유기농이라는 사전적 의미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차라리 우리 동네 농부가 농약 처서 생산한 샐러드, 상추를 사서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만 킬로 날아온 유기농 채소를 먹는 건 유기농을 먹고자하는 올바른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은 이기적인 소비자들일 뿐입니다.
어느 식당에 가보면 “이 재료는 어디어디에서 공수해왔다”는 말을 하는데 저는 이 말이 제일 싫어요. 공수해왔다는 말 속에는 생산물의 계절감이 없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수입해온 식자재는 조금도 자랑할 게 못돼요. 여러분이 식당에 갔을 때 “이 음식은 어디에서 공수한 무슨 재료를 사용한다”는 말을 듣는 것은 식당 주인이나 주방장이 자연과 공동체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이에요.

제가 지리산 어떤 한식당에 가서 동행한 2명과 밥을 먹었는데 식대가 3만 6천원이에요. 카드로 계산하면 부가세와 카드 수수료를 빼고 식당 주인에게 3만 2천원이 돌아가요. 그중 원가를 따지면 1만 2천원 정도 아닐까 싶어요. 재료비가 식대의 35%를 넘진 않을 테니까요. 여러분이라면 1만2천원에 3~4명의 밥상을 차릴 수 있겠어요? 식당업이라는 게 일은 힘들고 마진은 정말 빤하거든요.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얼굴에 피곤이 깔려있어요. 자기가 스스로를 착취하지 않으면 그 일을 못해요. 쉬는 시간에도 손은 쉬질 못해요.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채소나 파를 다듬거나 마늘을 까고 있어요. 졸면 서도 손은 쉬질 않아요. 일을 하지 않으면 단가를 맞출 수가 없고 수입한 재료가 아니면 가격표에 맞는 상을 차릴 수 없어요. 참깨는 어디 것을 쓸까요? 대개 중국산이라고 생각하시죠? 만주 지역에서 참깨를 많이 재배하는데 토질이나 기후가 우리랑 비슷하니까 향이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참기름의 원료는 인도나 수단산 참깨가 많습니다. 인도나 수단산 참기름에 향이 좋은 중국산을 섞는 거죠. 옥수수유나 콩기름에 참기름을 조금 섞기도 하죠. 그걸 향미유라고 합니다. 배합비율이 정해져 있어요. 홍어는 어디 것일까요? (청중) “칠레요.” 칠레는 홍어 중 최고급이에요. 캐나다, 아르헨티나산 홍어를 섞어요. 문어는 모로코, 갈치는 세네갈. 오징어는 온갖 지역에서 다 오고. 치킨집에서 닭을 튀기는 기름은 어디서 올까요? 100% 수입인 기름은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원료에요. 밀가루, 후추, 소금, 고춧가루도 수입산을 써요. 카레, 미원, 설탕, 다 수입이죠. 담배만큼 중독성이 강한 게 설탕이에요. 그러면 국산이 뭐가 있을까요?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과 수입된 음식을 먹는 우리 입만 국산입니다. 이젠 수입 농수축산물이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게 돼있어요. 거대한 플랜테이션이고 거대한 산업으로 식량 수입구조가 이미 정착되었어요. 다국적 곡물회사만 돈을 벌 수 있지 개별 농부들은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에요. 세계 부가 5%에 다 몰려있다는 얘기가 거기서 나오는 거예요.



자본주의의 음식 소비 원리는 생산자가 주는 대로 먹는 것
음식에 첨가하는 화학조미료 얘기를 해보죠. 조미료 쓰는 게 왜 문제냐면 요리사인 제 입장에서 보면 요리사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요. “미원 썼어요?” 하면 다들 안 썼다고 해요. 요리사라면 다 아는 데 안 쓰길 뭘 안 써요. 조미료가 우리의 건강을 나쁘게 한다는 증거는 없어요. 문제는 조미료가 음식 맛을 똑같게 만들면서 미각을 획일화시킨다는 거죠. 우리나라 요리사 중에 조미료 안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니까 수많은 요리사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있는 거죠.
화학조미료 안 쓰시는 주부님들 많으시죠? 그런데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가공식품이나 식당음식에 여전히 많이 쓰고 있다는 거죠. 통계로 보면 조미료의 국내 생산량은 줄고 있고 수입량이 늘고 있어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공장을 돌려서 수입을 해요. 문제는 생산자가 자꾸 더 싸게 가공해서 주니까 그걸 자꾸 먹게 되는 거예요.
텔레비전에서 라면 광고 많이 하고 있죠? 라면은 가상의 맛이죠. 실제로 어떤 재료가 농축된 게 아니에요. 그런 맛을 느끼게 향료 산업이 라면을 만들었어요. 돼지고기 하나도 안 넣고 돼지고기 맛을 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라면 한 봉에 600원이죠. 라면의 가상의 맛이 우리의 맛을 다 잃어버리게 했어요. 시중에서 파는 라면에서 생산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대파도 들어가고 버섯도 들어가고 닭가루, 밀가루도 들어가고 생산하는 농민의 고통 그런 걸 생각해요? 그런데 한살림 조합원이 한살림 라면을 샀다고 쳐요. 그걸 보면서 이게 우리 밀 몇 %구나, 분말 스프 속의 재료를 생산해낸 농민들이 고생했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생산자를 모르는 소비자는 부모님의 고마움을 생각하지 않는 자식과도 같아요. 농업이 없고 농부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가상의 음식으로 다 해결해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저는 한살림 정신, 생협의 정신은 노동하는 사람, 농사를 지어 재료를 만든 사람, 생산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산업 환경, 소비구조에서는 그걸 몰라요. 그게 차단돼 있어요. 생산자가 주는 대로 먹는 것이 자본주의의 음식 소비 원리입니다. 우리는 생산자가 만들어낸 것을 먹을 수밖에 없는 최말단의 소비자일 뿐이죠. 삼겹살을 많이 먹게 되면서 이제는 그걸 마다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수입산 삼겹살에 비해 국내산은 가격이 비싸잖아요. 그러니 수입 삼겹살을 자꾸 먹게 될 수밖에요. 17개국에서 돼지를 수입합니다. 외국에서 한국 때문에 베이컨 가격이 올랐어요. 후배가 폴란드에서 일하는데 주방장이 “너희 나라 때문에 우리나라 베이컨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농담인줄 알았더니 진짜였대요. 외국에선 삼겹살이 싸요. 혹시 외국 가서 삼겹살 가격 슈퍼에서 보신 적 있어요? 1킬로에 2유로에서 3유로밖에 안 해요. 그들은 삼겹살을 고기로 안보고 양념으로 봐요. 제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살 때 옆집 할머니가 맛있는 요리해준다고 해서 갔어요, 삼겹살하고 닭이 있더라고요. “와! 삼겹살을, 내가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하니까 할머니가 “이따가 음식 다 만들어지면 와” 그러셨어요. 한참 뒤에 갔더니. 삼겹살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할머니 삼겹살 어디 있어요?” “삼겹살 여기있지” 하기에 봤더니 새카맣게 타있는 거예요.
치킨에 삼겹살을 두른 뒤 오븐에 넣고 구우면 삼겹살 기름이 치킨을 맛있게 해줘요. 그러고 나면 버려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수입 삼겹살을 많이 먹게 되었냐 하면 돼지를 키우는 축산농가에서 안심과 등심을 일본에 많이 수출 했어요. 일본 돈까스 집에서 사용하는 부위는 등심과 안심 딱 두 개예요. 나머지는 잘 안 써요. 그러니 삼겹살 남아서 시장에 쏟아져 나왔고 식당에서 삼겹살을 팔기 시작 했어요.그 전엔 주로 돼지갈비를 먹었어요. 손님들이 삼겹살을 먹다보니까 기름에 중독이 돼버렸어요. 기름에 지져지니까 자극적인 맛에 확 쏠리게 된 거죠. “소주엔 삼겹살이 최고지!” 하면서 삼겹살만 찾다보니까 국내 돼지로만은 부족해졌고 수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거죠. 삼겹살은 불에 지진 살코기니까 발암물질이 많이 발생되죠. 식당 노동자들 중에 홀에 계신 아주머니들이 폐암에 많이 걸릴지도 몰라요. 담배도 안 피우는 데 말이죠. 그걸 추적조사를 해보면 주로 조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올 겁니다. 중국 여성들이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조사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요리는 기름에 지지고 볶고 튀기는 게 많으니까요. 여러분도 집에서 요리하실 때 환기 잘해야 해요. 얼마 전에 집에 공기청정기를 할부로 구입했는데, 8~9 정도로 유지되던 미세먼지 수치가 생선이나 고기를 구우면 200~300까지 막 올라가요. 집사람이 생선도 못 구워 먹겠다고 걱정을 할 정도예요. 명절에 전 부칠 때 거실에 앉아서 지지면 환기가 제대로 안 되서 몸에 나빠요. 그게 다 폐에 침착되죠. 요리사들은 하루 종일 음식을 지지고 볶고 튀겨야 하니까 연기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주방에 배기 상태가 좋지 않은 식당이 너무 많아요. 가정에서 요리를 많이 하시는 주부님들도 주의하셔야 해요.

진정한 미식을 위하여
요즘 TV의 먹방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 보니, 음식이 오락처럼 희화화되기 일쑤입니다. 우리의 삶이 피폐하고 괴로우니까 먹는 걸로 해소하려고 해요. 먹는 건 쾌락을 주니까요. 그런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희화시키면서 음식이 포르노처럼 돼버렸어요. 포르노는 뭐죠? 실제 있는 게 아닌데 실제 있는 것처럼 느끼는 거예요. 우리는 음식을 나눠먹고 소통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그래야하는데 실제로 음식을 먹지도 않으면서 텔레비전에서 먹는 걸 보고 침을 흘리며 낄낄거리죠. 포르노처럼 음식도 온통 가상의 세계에요. 그러다가 야식집에 전화를 걸어 먹방채널에서 본 것과 비슷한 음식이 있으면 배달시켜 먹기도 하죠. 음식이 존중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에요
일하는 엄마들이 반찬 신경 쓸 시간이 없는 게 사실이에요. 일터에서 지친 엄마들이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돼요. 음식 잘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은 시절이 돼버렸어요.
텔레비전에 멋진 요리사들이 나오니까 요리사로 성공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요리를 배우면 다 그렇게 될 줄 아는 친구들도 있어요. 스타쉐프 학과도 있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건 학생들을 착취하는 거예요. 세상에, 스타쉐프학과라니! 연예인학과 가면 연예인 돼요? 재벌학과 있으면 재벌 됩니까? 대학에서 스타쉐프 학과를 만들어 외식업에 진출한 기업들과 산학협력한다고 하면서 열정페이로 아이들을 착취하고 있어요. 대학에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비판해야 해요. 학생들이 졸업해서 취업 현장에 빨리 가고 요리사 되는 거 좋아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취업해서 착취는 안 당하는지, 갑질은 안 당했는지. 정식 직원은 되게 해주는지, 요리사들이 폐암에 많이 걸린다는데 학생들이 실습하는 주방에 제대로 팬을 설치했는지, 이런 것들을 교육부에서 철저하게 감독해야 합니다.
굴 좋아하시죠. 저는 굴 먹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생겨요. 통영의 굴까는 작업장에 가보면 동네 아줌마들을 버스로 싣고 와서 일을 시켜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열심히 굴을 까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서 “굴은 어떻게 까요?” 하고 물어보면 아무 대답을 안 하셔요. 아예 쳐다볼 생각도 안하고 “일하는데 걸리적거린다”며 저리가래요. 감독하는 분에게 아주머니들이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고 물어보니까 “일한 만큼 받는 도급이니까 바빠서 그렇다”는 거예요. 까서 모은 굴 1킬로에 2,200원도 주고 2,300원을 준다고 해요. 그런데 한 가마니를 까도 1킬로가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옆에서 누가 말시키면 좋아하겠어요? 노동은 없고 노가다만 있는 거예요. 우리가 소비할 때 무조건 싼 게 좋은 게 아니에요. 싼 것은 누군가의 노동을 헐값으로 착취하거나 누군가의 괴로움에서부터 출발하는 거예요. 그러지 말자. 그게 바로 생협이에요.
싼 게 최고가 아니라는 걸 체험하는 게 생협이죠. 생협하면 비판적인 사고가 길러져요. 어떻게 해야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신뢰하고 만족할 수 있을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우리 다음 대에도 망하지 않고 잘 살 수 있을지, 인류가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생협 활동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먹거리 문제에 대해 거의 유일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온 집단은 생협 말고 누가 있었는가 상기하면서, 생협에 대해 각자 한발 더 가까이 가서 공부하자는 말씀을 드리면서 제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박찬일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