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스토리


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6-29
첨부파일 sefed.PNG 조회수 3,969



사마천 평전

원주 박경리문학공원 문학의 집에 들어서면 고 박경리 선생이 생전에 써 둔 글귀 하나가 눈에 띈다. “그대는 사랑의 기억도 없을 것이다/긴 낮 긴 밤을/멀미같이 시간을 앓았을 것이다/천형 때문에 홀로 앉아/글을 썼던 사람/육체를 거세당하고/인생을 거세당하고/ 엉덩이 하나 놓을 자리 의지하며/그대는 진실을 기록하려했던가” 사마천의 이야기다. 시인 문정희도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를 썼다.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세우기 위해 산다/좀더 튼튼하고/좀더 당당하게/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먹고/해구신을 고아먹고/산삼을 찾아/날마다 허둥거리며/붉은 눈을 번득인다/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기둥으로 끌 수 없는/제 속의 눈/천년의 역사에다 댕겨놓은 방화범이 있다/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모두 빠져나간 후에도/오직 살아있는 그의 목소리/모래처럼 시간의 비늘이 쓸려간 자리에/큼지막하게 찍어놓은 그의 발자국을/천년 후의 여자 하나/오래 잠 못 들게 하는/멋진 사나이가 여기 있다”
사마천의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은 사마천의 평전이지만 절반 정도만 전기이고 나머지는 그의 작품과 사마천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실려 있다. 임안에게 쓴 편지글 ‘보임안서(報任安書)’에서 그나마 그가 궁형을 당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생애도 한 무제와 비슷했을 정도라고 추정하는 정도이며, ‘비사불우부’에서 시대를 잘못 타고난 선비의 불운을 노래한 것이 유일하게 전해진다. 사마천의 작품으로 부(賦) 8편이 있다고 전해지지만 전해지는 것은 이 한 편이다. 내용은 “비록 몸 있으나 세상에 드러낼 수 없고, 헛된 능력 있으되 세상에 펼치지 못한다”는 말로 시작되고, “도리도 믿을 수 없고, 지혜도 믿을 수 없다. 복 앞에 서지도 말고 화의 시작에도 가까지 가지 말라. 몸을 자연에 맡기고 하나가 되라”며 마무리 된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한번쯤 그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마천의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은 사마천의 평전이지만 절반 정도만 전기이고 나머지는 그의 작품과 사마천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실려 있다. 임안에게 쓴 편지글 ‘보임안서(報任安書)’에서 그나마 그가 궁형을 당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생애도 한 무제와 비슷했을 정도라고 추정하는 정도이며, ‘비사불우부’에서 시대를 잘못 타고난 선비의 불운을 노래한 것이 유일하게 전해진다. 사마천의 작품으로 부(賦) 8편이 있다고 전해지지만 전해지는 것은 이 한 편이다. 내용은 “비록 몸 있으나 세상에 드러낼 수 없고, 헛된 능력 있으되 세상에 펼치지 못한다”는 말로 시작되고, “도리도 믿을 수 없고, 지혜도 믿을 수 없다. 복 앞에 서지도 말고 화의 시작에도 가까지 가지 말라. 몸을 자연에 맡기고 하나가 되라”며 마무리 된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한번쯤 그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만나지 않은 것보다 만난 것이 더 좋았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여행기는 잘 읽지 않는다. 여행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방에 있고, 내일은 출근해야 하는데, 문장이나 화면 속의 여행지와 여행자의 나날은 너무 아름답기만 하고, 나도 거기 있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는 부러움이 컸다.
공감이 되는 문장을 옮겨 적어두려 했다가, 너무 많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첫 장을 넘기고선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글을 쓰고 싶었다. 나의 지난 많은 여행, 내가 그리워하는 많은 것들, 앞으로 사랑하게 될 것들에 대해서 마구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만나지 않은 것보다 만난 것이 더 좋았다」는 실로 오랜만에 읽은 여행책이었다. 최근 집 근처에 문을 연 독립서점에서 지난 한 달 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이었고, 알고 보니 작가가 지금 원주에 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선뜻 펼친 책의 첫 시작은 다음과 같았다.
‘우린 알고 있다/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그가 아니었다면 없었을/지금의 나’.
불현듯 오랜 첫사랑을 가진 친구가 떠올랐다. 가슴이 조금 아팠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 첫 책장을 넘기는 데에 며칠이나 걸렸다.
이 책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해서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작
가가 지난 십 년 동안 훌쩍 떠나고 돌아오며 적었던 생각을 엮은 책이다. 여느 여행책과 달리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장소나 사람, 특정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작가 한여름은 ‘사랑이라는 말을 실컷 하고 싶어서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사람이라고 했고, 그 말이 꼭 맞았다. 이 책은 여행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기록이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특별한 주인공과 기승전결의 플롯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 수많은 공간 수많은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일기이거나, 시(詩), 혹은 어떤 이름 같은 것이어서, 그저 한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닌.
출판사 서평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삶은 행복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당신/슬픔이 어루만지고 있는 당신/먼 곳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당신/문장에게 위로받고 싶은 당신/잠시 카페에 앉아 어디론가 여행하고 싶은 당신/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당신/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당신.
공감이 되는 문장을 옮겨 적어두려 했다가, 너무 많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첫 장을 넘기고선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글을 쓰고 싶었다. 나의 지난 많은 여행, 내가 그리워하는 많은 것들, 앞으로 사랑하게 될 것들에 대해서 마구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글 원상호 / 글 이새보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