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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30
첨부파일 조회수 2,092

 

밥하는 시간

김혜련 지음
서울셀렉션 · 2019​


어머니의 일상에서 최우선은 자식들 밥을 먹이는 시간이다. 오래전 어머니는 새벽 어스름 일어나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면서 하루를 시작했는데, 군불을 지핀 것은 밥을 짓기 위해서였다. 아궁이에서 연탄으로, 풍로 혹은 일본식 표현의 곤로라고 부르던 취사용 도구에서 가스렌지로 밥을 하는 도구의 변천사 또한 고스란히 체험한 우리의 어머니다. 그곳에서는 오직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었다. 

자신을 위해서는 특별한 음식을 하지 않았고, 가족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밥을 짓곤 했다. 어머니는. 김혜련 작가의 「밥하는 시간」은 20여 년간의 교사생활을 접고 경주 남산마을에서 백년 된 집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고, 살림을 하고, 자연과 만나는 일상을 담았다. 저자는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로 삶을 탐구하고, 일상을 탐구한다. 혼자 먹는 밥상에서 늦가을의 햇살과 따뜻한 땅속의 기억을, 청소를 하며 집과 가구의 직접적인 감촉을, 아궁이에서 불을 때며 존재의 위엄을 본다. 저자는 일상의 사물에 대한 몸의 감수성과 감각을 되찾는 것이 삶을 되찾는 것이라 한다. 감각한다는 것은 사물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이고 직접적 만남은 삶을 견고하고 풍성하게 한다. 그래야 세상의 기쁨이, 작고 소중한 것들이 보이고 삶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시간을 밥을 하고 밥을 먹으며 보낸다. 밥하는 시간이 밥 먹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데 우리의 삶이 행복할 수 없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통통한 밥알의 무게, 쌀 알갱이가 톡 터지며 씹힐 때 입 안 가득 빛이 도는 듯 환한 느낌. 베어 물면 사르르 녹는 호박 고구마의 다디단 맛, 감자가 으깨지도록 푹 익혀 먹는 강원도식 

고추장 감자찌개.” 이른 봄에 씨 뿌리고 물을 주고, 햇빛과 비를 받고 자라는 모습을 매일매일 지켜본 생명들이 놓여 있는 식탁. 내 손으로 기르고, 내 손으로 거둔 생명을 요리해 차린 밥상. 우리가 회복해야 할 밥의 시간이다. 

 



글 원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