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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STORY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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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주인은 사람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 의하면 길은 순수한 우리말로서, 첫째는 교통수단으로서의 길, 둘째는 방도를 나타내는 길, 셋째는 행위의 규범으로서 길로 크게 나누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행을 위한 길에서 어떤 일에 대하여 취해야 할 수단이나 방법을 뜻하는 방도(方途)라는 개념으로까지 확대된 것이지요.

도시는 사람이 누리고 있는 수많은 문명을 탄생시킨 가장 우수한 기반으로 도시의 주인은 당연히 사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시의 얼개를 엮고 있는 도로의 주인은 자동차일까요, 사람일까요? 원주도 한때는 육교를 세우고 지하도를 파서 도로의 주인이 마치 자동차인양 노약자를 포함한 보행자가 힘겹게 길을 건너야하는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그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지하도 위에도 횡단보도가 설치되고 중심가와 초등학교 앞엔 동시보행신호가 운영되는 교통시스템으로 도로의 주인은 사람인 거주환경을 꾸미고 있지요.

60년 만에 맞이하는 황금돼지띠의 복과 함께 모두가 행복하고 살기 좋은 한해를 기약하는이 시점에서 길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길은 본디 사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오가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혈관과 같은 존재로서, 길을 통한 인간의 걸음과 만남으로 동네도 마을도 지역도 형성되어진 휴머니티와 커뮤니티의 중요한 핵심인프라 시설입니다. 저 역시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며 생활하는 도시민으로 보행길에서 지인을 만나 새해인사를 나눈 기억이 신년엔 아직 없는데, 며칠 전 안면도 없는 어르신들이 차에 타고 있는 저를 향해 공손히 전하는 인사를 받았답니다. 당황스런 이 순간은 바로 회전교차로 보행로에서 일단정지를 한 제차를 향해, 안심하고 길을 건널 수 있음에 대한 감사 표현이었던 것이지요. 수없이 많이 설치된 회전교차로는 자동차 교통의 흐름과 차량 안전에 도움을 주었을 지도 모르지만, 보행자에게는 그나마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었던 녹색등의 짧은 보행신호시간마저도 빼앗아 버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전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당연히 걸어야 할 보행자 권리도 빼앗긴 채 전하는 보행자의 감사인사를 무심결에 받고나서, 찾아본 회전교차로내 교통사인판 어디에도‘진입차량우선’이란 안내판 외에‘보행자우선’이란 안내판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등하교 길에는 어린학생의 교통안전을 지켜야하는 녹색봉사단이 있어야하고, 회전교차로에선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가 양보하고 인사를 하며 잰걸음으로 건너야하는 길은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닐 것입니다. 늘어만 가는 자동차수와 교통사고, 심해지는 대기오염과 열악해져만 가는 보행환경 속에서 길에 대한 의식전환이 너무도 필요한 새해입니다. 내 집, 내점포 앞 눈을 치우고 행인들과 밝은 인사를 나누며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에 동참하는 시민의식, 정지선을 지키며 도심내 주행속도를 준수하고 보행자가 우선이란 운전자의 안전의식, 대중교통만으로도 편안하고 신속하게 이동하며 일상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 구축과 보도위의 각종 거리광고물과 보도위를 달리는 오토바이가 보행자를 위협하지 않는 쾌적한 교통환경정비, 충분한 안전교육 및 규제방안을 시행해야할 공공의 자치의식, 이러한 의식의 변화와 강력한 실천이 반드시 함께해야 할 때입니다. 물은 생명이고 길은 삶입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편안한 발걸음과 행복한 만남이 있어야 공동체로서 동네와 지역이 존재하고 풍성해집니다. 넓은 차로에 자동차와 매연만 가득한 도시가 아닌 보행길에 사람과 인정이 듬뿍 채워진 생명도시 원주를 그려봅니다.

 





글 신영식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