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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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3,294 | |
“골목길 자본론” 모종린 저 다산북스 · 392쪽 · 18,000원 원주시 학성동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집창촌이 떠오른다. 수십 년 그 자리를 지켜 온 원주역과 한때 번창했다던 역전시장 골목도 있는데 머릿속에는 사창가의 이미지만 남았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 원주역을 중심으로 매화촌 일대에 판잣집을 지어놓고 생활하던 전쟁 피란민(주로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시작된 사창(私娼)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곳 골목길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는 사람을 끌어 모으고 성매매를 없애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반세기 이상 이어 온 사창가란 사실은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앤다. 날선 눈으로 외부인을 경계하는 그곳 주민들의 시선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매화촌에서 시작된 성매매는 희망촌 골목으로 번져 나갔다. 지금은 오히려 매화촌보다 희망촌(지금은 광명마을)이 더 번성했다. 폭이 채 1M도 안 되는 골목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낮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밤이면 젊은 여인들에게 붙잡힐 각오쯤은 하고 들어가야 한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의 사창가가 철거되는 추세다. 대부분 강제 집행이다. 불법 영업행위인 만큼 강제 철거를 두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그곳이 삶의 터전인 이해 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원주도 희망촌 일대를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철거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골목들은 시대의 흐름 앞에서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성매매가 없어지지는 않을테지만 말이다. 이 골목이 강제 철거 방식이 아닌, 그곳에 담겨져 있는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골목길 자본론」은 그런 면에서 의미 있다. 지역의 특색 있는 골목길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유럽과 미국, 일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등 다양한 도시가 펼쳐진다. 도시재생의 방향과 젠트리피케이션 대책까지 모두 망라된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책의 저자 모종린 교수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골목길을 바라본다. 도시문화를 창출하는 골목상권의 주요 자산인 독립 상인과 건물 투자자의 수요와 공급에 초점을 맞춘다. 골목상권을 이해당사자들의 경제적 선택으로 형성된 하나의 시장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골목길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비교적 명확해진다. 바로 사람! 골목 산업을 공급하는 상인과 건물주는 물론, 골목 산업의 기획자와 중개자 등 골목 산업에 기여하는 모든 사람이 매력적인 골목길을 만드는 것이다. 희망촌도 강제 철거방식이 아닌 사람과 공동체를 통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근·현대 성의 역사거리로 말이다. 글 원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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