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스토리


기고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12
첨부파일 조회수 813

돌봄과 협동조합


‘저출산과 고령사회’는 우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심각하면서 커다란 사회 문제이다. 막대한 예 산을 쏟아붓고 있어도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로 가고 있 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결혼과 출산이 인생에서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선택 사항으로 흐르 고 있다. 그렇다고 비혼이나 미혼자가 아이를 키우기 좋은 복지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 히 저출산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고 국가와 사회는 이에 대한 구조적 접근을 잘 못하고 있다.

 저출산과 함께 고령사회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고령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도입한 노 인장기요양제도는 그 시행이 15년이나 되었지만, 이 제도만으로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인간다 운 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다. 제도가 너무나 성급하게 준비된 면도 있지만, 제도의 전달 체계가 너무나도 민간(영리) 중심으로 설계가 되었다. 이로 인해 웰빙(well-being)의 삶 속에서 웰다잉 (well-dying)을 준비해야 하는 노인의 삶이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서비스 대상자로 전락하여, 우 리는 우리의 부모들이 치매나 중풍, 노인성 질환 등으로 혼자 살기 힘들게 되면, 너무나도 당연하 게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병원으로 보낸다. 다른 대안을 고민하지 못하거나, 안 하게 되었다.  지금의 65세 이상 70대, 80대, 90대 노인들은 우리 한국사의 굴곡진 역사를 그대로 체험하며 생 존을 위해 살아온 세대이다. 그런데 그 마지막이 너무나도 쓸쓸하다. 인지가 있는 어르신들은 노 인요양시설로 안 가려고 한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자식 생각해서 들어가신다. 그러면, 가족과 사회와는 거의 끝이다. 이러려고 그 굴곡진 삶을 살아왔나??? 왜? 우리는 다른 대안을 고민하는 방 식에 약한 것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협동조합 활동가로서 본다면, 나와 우리의 삶의 문제를 결사체적 방식으로 해결해온 경험이 취약한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식민지-해방 이후 우리의 사회는 압축 성장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였다. 고도성장과 양적 성장이 우리 사회에 곳곳에서 보이지만, 삶의 내용이 허무하고 허전하다.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특히, 노년의 삶이 이렇게 허무하게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살아가야 하는가? 모 든 것을 복지국가의 논리로만 풀어가기에는 여러 제도적 한계가 있고 사회적 합의의 전통도 낮아 그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새로운 노인 돌봄의 필요 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또 그러한 염원이 있는 사람들이 결사를 해야 한다. 협동조합이 제격이다.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비영리 성격을 갖는 사업체이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기본법은 영리적 협 동조합과 비영리적 사회적협동조합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놓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협 동조합의 조합원 중심성과 지역사회 기반을 감안한다면, 협동조합의 재화나 서비스는 비영리성을 무기로 지역의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이라는 사업체를 통해서 비즈니스를 실행할 때, 돈을 버는 것을 비영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취약계층 고용 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전면화해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한다. 일정 부문 맞을 수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다. 협동조합의 비영리성은 협동조합이 매출이나 사업 외 수 입을 통해서 획득한 자원과 잉여 등을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즉 협동조합 내적 분배 정의가 세워 져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지역사회 개입 전략으로 확대하여 재분배 구조까지 가져가야 시민들이 인정하는 협동조합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돌봄사업은 이런 협동조합의 비영리사업체적 성격과 잘 맞는 영역이다.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영 리성이 노인의 삶을 상품화하였던 것을 다시 원상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비영리성으로 노인돌봄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초고 령 사회가 목전에 있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제도는 공적 보험체계로 운영이 되기에 적정한 노인분들을 돌본다면 적자 보지 않으 면서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 주식회사처럼 이윤추구가 기업의 본질이 아니기에 노 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비즈니스로서 협동조합이 경영과 활동을 지역에서 잘 하면 된다. 특히 비 영리성이 갖는 조합원의 자발성을 노인돌봄의 사업 영역으로 조직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그리고 이것을 지역사회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노인돌봄사업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일종의 보 호된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노인돌봄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와 노인복지-노인요양서비스 등이 하나의 통합돌봄체계로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형성된 협동조합의 자본은 비영리적 성격 으로 인해 임직원의 인건비, 운영비 등의 분배적 정의로 동기 부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이 규모는 비영리적 자본의 선순환을 만들어 지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인적 결사체로서 협동조합이 갖는 한계로서 초기 자본 형성의 어려움이 있다. 노인돌봄사업 은 의지만을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노인분들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참여할 수 있 는 시설과 서비스 품목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협동조합적 새로운 돌봄의 필요와 염원을 조직하 는 것은 관념적으로 전개되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조직해야 한다. 그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그 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돈, 시간, 자원봉사, 전문성, 다른 사람 소개, 부동산 등등.

원주가 협동조합의 도시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 시대의 새로운 필요와 염원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사업체적 결사, 즉 사업 연합체 조직으로 필요와 염원을 재조직해야 한 다. 그 중심에는 저출산 고령사회의 문제를 적기에 해결할 수 있는 조직으로 협동조합이 제 역할 을 해야 한다. 결사를 통해서 나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험은 그 지역의 새로운 공동체 를 형성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국가 중심적 패러다임의 한계를 인정하고 원자화된 개인 들이 고독하게 돌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투하는 것을 이제는 협동조합이 나서서 함께하자 고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글 박준영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