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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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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지련(傾成之戀)

장아이링 · 김순진 역
문학과지성사 · 2005​

 

 


1995년 9월 8일, 로스엔젤레스 10911 로체스터(Rochester) 거리에 있는 아파트 206호에서 사망한지 일주일이 넘은 한 노인의 시신이 집주인에 의해 발견된다. 그리고 며칠 후 몇 명 안 되는 화교친구들에 의해 조촐한 추도회가 베풀어지고 노인의 시신은 몇 줌의 재가 되어 태평양 한가운데에 뿌려진다. 리홍장(李鴻章)의 외증손녀로 화려하게 태어나 누구보다도 쓸쓸하게 죽어갔으며, 사망한 이후에 다시 화려하게 태어난 작가, 바로 장아이링이다.
중국 난징에서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지인의 논문 주제는 페미니즘이다.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 여류 소설가로 알려진 장아이링과 한국의 소설가 최정희(1912~1990) 선생을 비교해 가며 여성성 혹은 모성을 중심으로 한 논문을 쓰고 있다. 장아이링은 「경성지련」보다 「색,계」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작가다. 중국 근대 격동기 여성들의 힘겨운 삶을 묘사하고 있는 「경성지련」은 ‘도시를 무너뜨린 사랑’이란 뜻의 표제작 「경성지련」을 비롯 「붉은 장미와 흰장미」, 「황금족쇄」 등 7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특히 장아이링의 대표적인 중편 소설로 주목을 받은 「황금족쇄」에서의 주인공 차오치챠오(曹七巧)의 광기는 자신의 생존을 위한 무기이다. 
가난한 기름집 딸인 차오치챠오는 오빠에 의해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부잣집 불구에게 첩으로 팔려갔다가 정식 부인이 된다. 남성의 집안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자궁가족’을 만들기까지 여성들은 수많은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가는 차오치챠오에게 히스테리라는 힘을 부여하여 인내의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장아이링은 차오치챠오와 량부인을 모두 극단적 이기주의자로 묘사하기는 하였지만, 이들의 광기 어린 자아는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다. 작가는 가정과 사회에서 불안정한 여성의 지위가 이들을 이기주의자로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 원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