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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01
첨부파일 조회수 1,736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정지우 지음
한겨레출판 · 2020​ 



1987년에 태어나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 저자가 써 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 실린 수 십 편의 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내가 삶의 끝자락에서,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서 써낸 글들
이기도 하다. 세상에 대해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측면들, 그리고 그런 세상과 내 삶이 충돌하고 만나는 지점들, 그 가운데에서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 실험하듯이 써냈다.” 최근에 나는 인생 통틀어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지점에 서있다. 오랫동안 생각하긴 했지만 실제가 될 줄은 몰랐던, 결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그러나 열여섯 살 때 앞뒤 잴 것도 없이 고향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선택했을 때의 기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어느 정도 아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길인지 알면서도, 나는 저자와 내가 속한 세대에서는 더는 필수라고 할 수 없는 결혼을 선택했고 이제 그 길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태어나자마자 속한 1차 사회 집단인 가정에서, 오롯이 ‘나’만을 생각하며 나의 의지와 판단으로 삶을 꾸렸다. ‘청년기’ 역시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청년기’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청년기를 잃는다는 것은 이처럼 자유의 불안, 무한한 세계의 가능성, 위태로운 여유 같은 것을 잃는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쩐지 결혼은 ‘청년기’에 종말을 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자유와 여유, 무한한 세계의 가능성이 열려있던 시절을 과거로 묶고 다른 세계를 현재로 맞이한다. 저자는 이어 “종종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혹은 내가 이제 떠나온 어느 세계를 넌지시 바라볼 때가 있다”고 고백한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공간을 이동하거나 관심사와 멀어지고 사람을 떠나보내며 이미 지나간 것을 바라봤다. 그러나 저자는 후회와 미련이 아닌 이미 선택한 삶에 집중한다. 그래서 “내가 열고 들어온 곳은 그 나름의 행복이 있다”고 말하거나 “나는 내가 들어온 문 안에서 가장 좋은 사람을 살고자 애쓸 것이다”라고도 말한다. 나 역시 다가오는 삶을 그와 같은 태도로 받아들이고 싶다.

 


글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