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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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764 | |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지음 문학동네 · 2014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면 늘 꺼내보는 시집이 있다. 《지금 여기가 맨 앞》이라고 쓰인 새하얀 표지를 열면 계절감이 느껴지는 제목의 시가 주르륵 이어진다. 제일 좋아하는 시는 〈봄날〉이다. ‘대학 본관 앞’으로 연을 여는 시는 끄트머리에 이르러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로 끝맺는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지금보다 더 푸릇했던 시절에 만끽한 따스한 봄 내음이 생각난다. 그 봄엔 은은한 꽃향기를 풍기며 친구와 걸었던 내손동의 벚꽃길과 서로 다른 대학교가 맞닿은 산책길이 있다. 〈봄편지〉도 좋다. ‘사월의 귀밑거리가 젖어 있다. 밤새 봄비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연한 초록. 잠깐 당신을 생각했다’는 첫머리에 4월의 싱그러운 빗방울을 떠올리게 한다.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는 특히 6연이 좋다.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 그리하여 자유에 지지 않게 / 고독하지만 조금 자유롭게 / 그리하여 고독에 지지 않게’ 이 행들은 뮤지션 권나무의 노랫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일을 하다 가끔 창밖 너머 휑한 산등성이와 마주한다. 잎 없는 나뭇가지는 마치 구운 생선을 먹기 전 바르는 가시 같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푸른 잎으로 가득한 자리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벌써 푸른 새순이 돋는 봄을 떠올린다. 이제 두어 달만 지나면 개나리를 시작으로 여러 빛깔의 꽃이 피는 봄에 닿는다. 시집 속 계절이 머지 않았다.
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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