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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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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문학동네 · 2019


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친구는 원주와 가까운 듯 먼 삼척으로 이사를 갔다. 이때부터 내게 삼척은, 산골 도시에서 친구가 사는 친근한 도시가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삼척에 몇 번 갔다. 한번은 누군가를 털어버리기 위해 갔고 한번은 누군가와 추억을 쌓기 위해 갔으며, 마지막에는 조용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다녀왔다. 삼척은 갈 때마다 새로웠지만 친구는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삼척을 안내했다. 

<아홉번째 파도>는 가상의 도시 척주를 배경으로 석회광산에 얽힌 의문의 죽음과 약왕성도회라는 사이비 밀교, 핵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대립이 펼쳐진다. 그런데 척주는 가상의 도시라고 하기에는 삼척을 빼닮았다. ‘척’이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책 속에서의 ‘어라진’ 바닷가와 ‘동진시멘트’는 삼척의 ‘정라진’과 ‘동양시멘트’와 비슷하다. 소설 속 주인공이 일하는 척주보건소와 보건소 주변 풍경은 삼척보건소와 흡사하다. (실제 삼척보건소의 새주소는 척주로 76이다) 프롤로그에서 척주를 묘사하며 ‘십여 년 전에 생긴 해안도로’라던가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날에 세운 탑’, ‘바다와 해를 표현하는 깃발’이 줄줄이 등장한다. 
실제 삼척시에는 ‘새천년 해안도로’와 ‘소망의 탑’, 바다와 해를 상징하는 심벌마크가 있다. 그리고 소설의 핵심 사건을 나타내는 핵발전소 건립도 지역 이슈였다.

주인공 송인화와 윤태진, 서상화가 돌아다니는 장소를 상상하면 지난 번 다녀온 삼척이 자꾸 겹친다. 마치 삼척을 걸어서 여행하는 듯하다. 그래서 소설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인 사이비종교와 핵발전소 건립보다 척주시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홉번째 파도>를 덮을 수 없다. 읽을수록 동해안 소도시 척주, 아니 삼척에 가고 싶다.

 


글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