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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05
첨부파일 조회수 3,499


“아무튼 방콕”



김병운 글
제철소 · 140쪽 · 9,900원

「아무튼, 방콕」은 ‘아무튼, ◯◯’ 시리즈의 열한 번째 도서다.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라는 질문이 붙은 이 시리즈에는 택시, 스웨터, 외국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출간돼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구축해 온 세계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방콕에는 가본 적이 없다. 다만 십 년 전쯤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라는 ‘카오산 로드’를 다룬 책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고, 비슷한 무렵에 친구 한 명이 태국에 여행을 가더니 태국 국왕 푸미폰 아둔야뎃의 열렬한 숭배자가 되어 돌아온 일이 있어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참, 동아리 친구들끼리 대화를 나누다 흥이 날 때면 우리는 펑키한 일레트로닉 장르의 가요 ‘방콕시티(Bangkok City)’를 틀어놓기도 했었다. 태국의 주요한 도시, 저렴한 물가, 향락의 밤거리, 여행자라면 한 번쯤 가봐야 하는 곳. 방콕의 이미지는 내게 이 정도였다.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된 「아무튼, 방콕」은 방콕에 대한 내 인상을 180도 바꿔주었다. ‘동남아선호사상주의자’인 저자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방콕을 찾는다. 심지어 요즘 가장 ‘힙’하다는 미국의 포틀랜드를 과감히 포기하게 할 만큼 방콕은 가성비 1등급의 여행지고, ‘수년째 왕좌를 사수하며 역대급의 승률을 자랑하는 왕중왕 같’은 존재다. 이토록 거창하게 설명했지만, 사실 방콕에서는 인생에 한 번 뿐인 특별함이나 강렬하고 환상적인 에피소드가 아니라,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작고 사소한 일들이 일어난다. ‘짜뚜짝 시장’의 화려한 전등이나 ‘왓 포 사원’의 화려함 대신, 나이든 택시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해 전전긍긍하고, 호텔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우왕좌왕하는 그런 시간들 말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방콕에 대해 애정을 품고 있는 이유는 사실 ‘방콕을 함께 여행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유일한 공통점이라곤 방콕을 좋아하는 것밖에 없는’ 연인들은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식당을 고르기 위해 티격태격한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책이라기보다는 연애담이나 장황한 연서(戀書)를 옆에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다른 이가 아니라 내가 다녀온 여행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 저자는 ‘여행의 기쁨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에 있다’고 믿는단다. 이 책이 너무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워서, 나도 방콕에 가고 싶어졌다. 아니, 사실 방콕이 아니라 어디든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그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아무튼, ‘우리’만의 방콕이 생긴다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글 이새보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