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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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201 | |
“차갑다가 뜨겁다가 가라앉다 차오르는”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지음 · 문학동네 2021 부슬부슬 내리는 보슬비를 등지고 법당에 앉아 불상을 바라본다. 그윽한 백단 향과 습기를 머금은 나 무 내음이 주변을 메운다. 소설에 빠질수록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경험인지 모호해지는 순 간이 찾아온다. “그랬을 거야.”가 “그랬었지.”로 바뀐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집에서, 가족이, 우리가 어쩌다 가는 곳에서, 그들이 최은미 소설에서 차갑다가 뜨겁다가 가라앉다 차오른다. 소설을 담을수록 접어둔 기억이 펴진다. 마음을 따라갈수록 묻어둔 감정이 솟는다. 최은미 작가 식 전 개가 내게 주는 감각이다. 한여름 큰비가 내리기 전 퍼지는 더운 공기 같던 ‘시작’이 천둥과 번개, 벼락 과 섞이고 굵은 빗줄기를 뿌리며 ‘끝’으로 달려간다. 제자리에서 평온한 건 글자밖에 없다. 이야기와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은 최은미 작가가 만든 세계에서 세차게 흔들린다. 그 세계에는 볼 수 없어도 믿 어지고 깨져도 이어지며 사라져도 살아있는 것들이 있다. 《美山》에서 두 남동생을 둔 ‘나’는 막내 동생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집을 찾는다. 엄마는 나물볶음 요 리로 상을 차리고 ‘나’는 엄마와 첫째 남동생 은욱과 은욱의 어린 딸 나윤이 함께 저녁을 먹는다. 정작 생일을 맞은 막냇동생 은석은 아직 자리에 없다. 《네게 내가 나일 그때》 속 소설가 ‘유정’은 친족 성폭 력에 관한 주제로 소설을 발표한다. 소설 발표 후 동생 ‘유태’와 어렸을 때 한동네에서 자란 ‘창용’ 오 빠를 만나러 고향 미산에 간다. 늘 누나에게 살가운 ‘유태’는 누나가 쓴 소설 이야기를 할 때면 차갑다. 기억하기 싫어도 지워지지 않고 지났지만 계속 지금을 살며 죄를 짓지 않았는데 죄를 지은 사람들을 최은미 작가는 안다. 그들이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알고 절이나 수련원, 공방, 공원 같은 곳에 사는 것도 안다. 그들이 차갑다가 뜨겁다가 가라앉다 차오를 순간이 언제인지도 안다. 최은미 작가는 모두 안다. 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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