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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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129 | |
“그럼에도,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시절일기> 김연수 지음 · 레제 2019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게 된 건 이십대 중반 들어서였다. 굳이 흑역사의 증거를 남겨놓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일 뭔가를 기록하기엔 내 일상은 너무나 반복적이고 보잘 것 없었다. 오랜 습관에 마침표를 찍고 대신 SNS를 켰다. 누구의 심기도 거스르지 않을 단어만 골라서 별다른 고민 없이 글을 올린다.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박제해놓지 않아 홀가분하긴 해도 가끔씩은 이게 맞는 건가 싶다. 일기를 매일 써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다소 두서없긴 해도 같은 얘기는 별로 없다. <시절일기>는 소설가 김연수가 써내려간 지난 십 년 간의 기록을 엮은 책이다. 개인의 일기이기도 하고 작가로서의 저술이기도 하다. 여기 실린 여러 편의 글을 통해 우리는 김연수의 삶과 세계 그리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일기의 목적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고 앞에서 말했는데, 이 글쓰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캐서린 맨스필드의 말처럼, 자기이해다. - <시절일기> 中우리는 왜 일기를 쓸까? 김연수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안의 가장 깊은 곳과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 그건 그렇고, 사람들은 왜 남의 일기를 훔쳐볼까? 이유는 단순하다. 비밀스러운 건 늘 재미있으니까. 일기는 일종의 자기고백이다. 정제할 필요가 없으니 감정을 배설하는데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 인생에 있어 가장 혁명적인 주장과 가장 연약한 성찰이 일기 속에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떤 부분은 못 견디게 괴로웠고 또 어떤 부분은 눈이 번쩍 뜨이도록 흥미로웠다. 남의 일기를 읽는 행위가 이토록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할진대 직접 쓰는 일은 또 얼마나 흥미로울 것인가. 초입에 ‘그저 쓰는 행위’의 위대함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목적 없이 글을 써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는 걸 보니 이제는 일기장을 펼쳐야할 때가 왔나보다. 글 황진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