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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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358 | |
19세기 프랑스 돈 이야기
에밀졸라 ·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2017 1891년에 출간한 <돈>은 1860년대 프랑스 제정 시대를 배경으로 주식 투자를 둘러싼 수많은 캐릭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고작 100만 프랑을 벌기 위해 삼십 년의 인생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간단한 증권 거래로 한 시간 만에 그 돈을 수중에 넣을 수 있는데 말이다.” 주인공 ‘사카르’가 친형이자 장관인 ‘루공’의 대변인 ‘위레’ 의원을 만나기 위해 들어간 레스토랑에서부터 소설이 시작된다. 레스토랑에는 증권거래소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들과 증권중개인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얼마 전 투자로 돈을 잃은 사카르에게는 모두 냉담하다. 사카르는 “뜨거운 신념과 활동으로 다시 성공 할 것”을 다짐한다. 그는 우연한 기회로 동방(중동)에서 살다온 엔지니어 아믈랭과 그의 여동생 카롤린가 만나고 마침내 그토록 원하는 돈을 쓸어 모을 수 있는 사업 아이템, ‘만국은행’ 설립을 준비한다. 아믈랭과 카롤린은 돈을 향한 욕망으로 내달리는 사카르를 우려하며 냉정한 조언도 아끼지 않지만 사카르는 증권조작까지 하며 투자자를 끌어 모은다. 주식투자는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였다. 귀족부터 급전이 필요한 서민 투자자까지 ‘만국은행’ 주식에 투자하며 주식시장은 뜨거워진다. 하지만 주식투자 밖 세상은 차갑다. 가난은 또 다른 가난을 착취하며 파리라는 도시에 바닥을 이룬다. “투기, 그것은 삶의 미끼이자, 우리로 하여금 투쟁하고 살게 만드는 영원한 욕망이라오.” “삶은 깨끗하지 않다”는 말로 자신의 투자를 정당화하는 사카르와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돈>은 오늘날에 봐도 어제 본 뉴스처럼 생생하고 친숙하다. 우리는 여전히 <돈> 속에 산다.
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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