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1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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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761 | |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저 · 김은령 역 에코리브르 · 2011 아주 오래전 논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달려든 적이 있다. 아버지가 병으로 누워계실 때여서 논을 놀릴 수도 없었다. 주위에는 태평농법을 지어보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다녔다. 어림없는 소리였음을 2년차에 접어들면서 몸으로 깨달았다. 제초제를 살포하지 않고서는 쑥쑥 자라나는 풀들을 감당해낼 수 없었다. 추수철이 되면 논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들이 몇 그루 자랄 정도였다. 당연히 농약을 뿌리면 논은 정돈된 듯 깔끔하다. 그렇지 않으면 종일 논에서 풀들과 전쟁을 벌이느라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우렁이와 오리의 도움을 받거나 남들보다 몇 배 더 부지런을 떨면 농약을 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해충에 의해 병이라도 걸리면 한 해 농사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사라졌지만 살충제와 제초제를 뿌리는 일은 허다했다. 1962년 출판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전 세계에 살충제 남용의 위험을 널리 알렸다. ‘생태학 시대의 어머니’이자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레이첼 카슨은 타임지가 뽑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에는 환경이라는 말이 낯설었고, 모두 전후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이 존재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은 한 개인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다. 《침묵의 봄》을 읽은 한 상원의원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되기도 했다. “제 힘에 취해, 인류는 물론 이 세상을 파괴하는 실험으로 한 발씩 더 나아가고 있다”고 카슨이 역설했듯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지 않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글 원상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