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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9-03
첨부파일 조회수 2,329

 

산 자들

장강명 지음

민음사 · 2019​




당장 동네 빵집에만 들려도 <현수동 빵집 삼국지> 속 주인공들이 빵을 만들어 팔 것만 같다. 시간
이 멈춘 것 같은 동네 어귀에 나부끼는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이 들어간 현수막은 <사람 사는 집>으로부터 막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대기발령>은 누구누구네 회사에서 그랬다는 식의 가십거리로 치부하기 쉬운 해고 이야기를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울분과 분노, 냉소로 뒤덮인 <공장 밖에서>는 매 순간이 살얼음판이다. <알바생 자르기>에서는 ‘비정규직-20대-여직원’의 ‘꼰대’와 헤어지는 방법이 ‘꼰대’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2010년대에 20대를 보낸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대외 활동의 신>은 지방대학 출신 학생이 대외활동을 통해 어떤 식으로 시스템과 맞서다 결국 흡수되는지를 보여준다. <모두, 친절하다> 속 노동자는 이사업체 직원부터 컨버터블 PC 수리기사, 택배기사, 인력회사의 파견 직원,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생까지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사람들이다. 모두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다. 10편의 연작소설 모두가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최근 한국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010년대에는 2010년대의 노동환경이 있는데, 여전히 사태를 바라보는 틀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때가 많다”며 “갑과 을을 명확히 나누기 어렵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오늘날의 노동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말처럼 오늘날의 노동자는 한 가지로 규정지을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자이다. 

1부 [자르기] 2부 [싸우기] 3부 [버티기]로 나뉜 소제목을 보고 책 제목을 다시 봤다.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끝에서 ‘산 자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지금 용케 ‘산 자들’에 속해있지만 언제 또다시 처지가 바뀔지 모른다. 어쩌면 앞으로의 삶이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의 반복일 지도 모르겠다. 

 




글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