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1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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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384 | |
‘그런 감정’으로 가득했던 <동해 생활>
송지현 · 민음사 2020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구태의연한 표현을 써본다. 스무 살에서 서른 살까지, 딱 십 년이 되었고 나는 원주에서 작은 회사에 다니며 오늘 점심 메뉴를 고민한다. 이 정도 쓰면 무미건조한 일상과 달리 찬란하게 빛나던 이십대를 추억하며 눈가가 촉촉해질만도한데, 글쎄, 이십대를 이대로 계속해서 복구가 불가능한 외장하드에 든 자료로 남겨두고 싶다.(실제로 이십대 때 열심히 찍은 사진들이 많이 날아갔다)얼마 전에 만난 친구가 “지은아, 이제 너는 '그런 감정'을 다 끝낸거잖아”라고 말해서 그런 감정이무엇일까 잠시 생각하니, 그런 감정이란 마음이 번거롭고 답답하며 괴로운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말처럼 그런 감정을 다 끝냈으면 좋으련만 나는 아직도 (다행스럽게도) 가끔 그런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럴 때면 같이 사는 이는 오늘은 또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또"라는 단어에 나는 ‘무’표정에서 ‘유’표정이 된다. 십대 때는 이십 대를 그렸지만 이십 대 때는 삼십 대를 생각 못했다. 지독한 자기연민과 과거를 끊지못하고 이어지는 패배감, 확신에 찬 고집, 허무와 냉소가 찬란한 이십대를 둘러쌌다. 정답은 없고 무수히많은 해답만 있을 뿐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정작 나는 정답만을 찾고 있었고, 마침내 정답만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외로워진 방에 덩그러니 혼자였다. 송지현 작가의 <동해 생활>을 읽을수록 그런 감정으로 가득했던 이십 대 어느 나날들이 자꾸 밀려든다. 그리고 역시 여기까지 쓰는데도 그때가 좋았다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 아무래도 지금이 더 좋다. 그때는<동해생활>에서만 보고싶다.
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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