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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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839 | |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정지우 지음 웨일북스 · 2019 생각의 갈피를 못 잡고, 하고 싶은 말을 한 줄조차 쓰지 못했다. 또렷했던 신념이 무뎌지고 무슨 꿈을 꾸고 살았는지조차 잊어버렸다. 평소에 잘 찾지 않는 에세이 장르에 표지에 ‘행복’이란 단어가 있으면 바로 지나치는 취향임에도 불구하고 덜컥 이 책을 사버렸다. 나는 되새김질이 익숙해서 현재에 살아도 늘 과거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되돌아가 어찌해볼 수 없는 과거를 떠올리며 끝없이 감정에 매달렸다. 저자는 과거와의 관계를 이렇게 말했다. “과거와의 관계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과거를 완전히 현재로부터 단절시켜서, 과거 자체가 ‘없는’ 현재를 받아들이는 관계이다. 다른 하나는 과거로부터 지금이 결코 끊어질 수 없는 채로 이어진다고 믿어, 오늘 이 순간에도 나의 모든 과거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 관계이다. 대개 자기계발식 코칭과 정신 상담에서는 과거와의 ‘단절’을 중시한다면, 문학과 예술에서는 과거 전체와의 ‘접속’ 혹은 과거의 ‘포용’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혼란스러울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마침내 깨달았다.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는 끊임없이 과거를 자르고, 홀로 고요히 자아에 머무를 땐 과거를 잇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끊어야 할 과거와 이어야 할 과거를 구분 짓지 못한 채로 세월 따라 흘렀다. 책 제목에 있는 문장처럼 ‘행복이 거기 있다’라면 거기가 어디일까. 어디쯤일까. 마침내 바라던 대로 투명하고 평온하게 살 수 있을 때, 행복이 그곳에 있을까. 목차에 있는 각 장의 제목을 곱씹어본다. ‘오늘의 괜찮음을 확인하는 것 ‘삶이 이미 쓰인 이야기라면’ ‘우리는 각자 알맞은 자리에 서서’ ‘정성스럽게 사랑하겠다’ ‘나라는 고유명사로서의 삶’…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필요로 하는 말을 담은 제목을 찾으며 생각에 빠져본다.
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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