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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OOK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12
첨부파일 조회수 3,335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


 

에릭 와이너 글 · 노승영 옮김
문학동네 · 512쪽 · 18,500원


장소에서 일어났던 일보다 일이 벌어졌던 장소를 먼저 기억한다. 그 커피를 마셨던 카페가 아니라 그 카페에서 먹었던 커피를 먼저 떠올리는 식으로. 소설의 3요소 ‘인물’ ‘사건’ ‘배경’이 생각난다. 지금 이 순간을 예로 들어보자. 나는 <스토리그래픽> 독자에게 책을 소개하기 위해 회사에서 글을 쓴다. 만약 이곳이 회사가 아니라면 내가 <스토리그래픽> 독자에게 책을 소개하기 위한 글을 쓰고 있었을까? 아마 불특정 다수나 나를 위한 글은 쓸 수는 있어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편집장 님이 어쩐지 이 글을 ‘싫어요’ 합니다) 배경에서 인물이 움직이고 사건이 일어난다.

여기 배경에서 인물과 사건을 찾는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미국 출신 지리애호가이자 역사학자 에릭 와이너다. 그는 “한 천재를 길러내는 데는 한 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시대를 초월한 천재들이 살았던 세계 각 도시로 떠난다. 당시의 인터넷이었던 목판인쇄술이 널리 퍼진 중국 항저우와 자본가 가문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활동을 하는 예술가가 살던 이탈리아 피렌체, 현대 시대를 지탱하는 수많은 사상이 탄생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이어 미래를 이끌 기술이 모여 있는 미국 실리콘 밸리를 돌아본다. 현지인으로부터 얻는 설명과 에릭 와이너가 본 도시 풍경, 시대별 천재들의 일화와 수많은 역사를 이 책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어디도 가지 않았지만 마음 속에는 먼 곳까지 나아갔다”는 책 속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글자를 읽었을 뿐인데 이미 세계 여러 도시를 직접 다녀 온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11세기 송나라 시대 “목판 인쇄가 인터넷이었다면 시는 트위터”라는 에릭 와이너의 재기 넘치는 비유를 보며 당대 최고의 시인 소동파가 쓴 시를 남긴다​.




# 밤길 가다 별을 보고 (夜行觀星)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무엇 같을까?

멀리서 생각해보니

이따금 닮은 것도 있는 것 같네.

아득히 멀리 있어 알 수 없으매

나를 길게 탄식하고 한숨 쉬게 하네





글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