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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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3,419 | |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김기섭 저 들녘 · 494쪽 · 19,800원
2016년 12월 9일은 국가적으로도, 나 개인적으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국가적으로는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개인적으로는 13년을 다닌 회사를 퇴사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저 ‘개인적인 사정으로’란 퇴사 사유를 쓰고 나왔다. 지금 있는 곳은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바를 실천에 옮긴 셈인데, 문제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만큼 방황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래도 주변의 친절한 지인들이 있었기에 시간은 수월하게 지나갔고 출판사를 시작하고픈 생각이 있었는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도 주위에 있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지인들과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해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2017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 창업팀으로 신청을 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준비했다. 문제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사회적 혁신, 창의적 사고, 사회적 가치를 위한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사업계획서 서식은 기존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창조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심사하는 곳에서 전혀 혁신적이지도 못했고 창의적이지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잠시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가야하는가에 대해 머뭇거리게 만든 요인이 됐다. 지금은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 일한 지 2년차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해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머뭇거리며 머리만 긁적일 것이다. 물질(돈)보다는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것만 어렴풋이 머리에 남아있다.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을 책이 최근 출판됐다. 김기섭 박사의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다. 책에서는 ‘사회적’이 갖는 의미를 고금의 풍부한 동서양 사례 분석을 통해 사회적 경제의 원형을 탐색하고 종교사상 철학 문학의 담론들로부터 사회적 경제의 원리를 포착해 낸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사회적 경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원칙으로서 ‘주체의 확대’ ‘영역의 확장’ ‘지역사회의 창출’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제시, 그 가능성에 대한 독창적이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전개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거창하게 사회적 경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깨달음만 얻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이야기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적 경제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자 마지막 걸음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글 원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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