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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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717 | |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송지현 지음 문학과지성사 · 2019 “어쩌면 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바삭하고 건조해지는 것 말이야.” 한때 ‘다른 사람과 다른 나‘에게만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소한 순간에 긴 생각을 쏟아 붓고 몇날 며칠을 고민에 빠져 살았다. 뒤표지에 ’한없이 자유롭고 특별히 고귀해지고 싶었던 시절을 떠나보내며‘라는 한 줄 문구가 9개의 단편을 하나의 줄에 묶어내어, 누구나 한 번 쯤 겪은 그때 그 시절을 들춰낸다. “‘은혜’라는 평범한 이름, ‘엑스트라 정도로 흐린’ 인상, ‘가장 무난한 단어들’로 기록되는 학교생활, ‘딱히 특별할 게 없’”는 취향을 가진 언니의 우울을 건조하게 써내려간 <선인장이 자라는 일요일들>은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말로 뒤덮인 성장통을 얘기한다. “‘모의고사의 세계가 영원히 계속될 줄로만 알았“던 20세기 말 펑크록에 빠진 젊은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불우한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이들은 다들 ’사생아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거리를 굴렀‘지만 ’진짜 사생아는 아무도 없었‘고 그저 ’고만고만한 가정에서 자라 고만고만한 학교를 다녔‘지만 ’펑크 키드들은 고만고만하다는 것을 못 견뎌 했다‘는 그런 펑크록의 시대는 잠시였다. 펑크 키드들은 더 자라서 취직 준비를 하거나 노동자가 되어 ’아, 내 인생도 지겹다‘고 말하거나 ’잘 산다는 건 어쩌면 더 완벽히 지겨워지기 위한 걸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은 남들과는 다른 자아를 좇던 어떤 시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나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지금은 어떤 시대인지, 어떤 것이 사라지고 어떤 것이 생겨나는 건지, 삶의 향방이라는 것이 이렇게 예측 가능해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나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남아 있는지.” 소설 속 ’나‘가 빨대맨에게 던진 질문은 곧 내가 현재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글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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