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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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605 | |
“내가 걷는 이 길이 어딘지” 우숙영(지은이), 이민선(그림) 목수책방 · 2022
사용 가능한 어휘의 가짓수가 적다는 건 슬픈 일이다. 감정의 폭과 깊이에 한계가 있다는 방 증이기 때문이다. 매사 수식어를 장황하게 늘 어놓자는 건 아니지만 기왕이면 보다 다채로 운 언어로 삶을 기억하는 편이 더 낫지 싶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산책의 언어>는 ‘자연 과 함께하는 시간을 나무와 꽃, 초록색과 붉은 색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가난한 언어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더불어 몸과 마음 의 여유가 부족해 미처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 는 이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풍부한 생동을 품 고 있는지 넌지시 일러주는 책이기도 하다. 주 제별로 한 두 페이지 정도의 짧은 에세이와 관 련된 어휘가 정리되어 있는데, 읽다보면 우리 말의 다채로운 표현에 입이 딱 벌어진다. 예를 들어볼까. 그동안 고양이는 알고 보면 지역별 로 고냉이, 꼬넹이, 살찌, 새까미, 세꼬미, 에옹 구, 에옹갱이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왔다. 고양이와 함께 한방에서 5년 이상의 세월을 동 고동락하며 살아왔건만 이렇게 많은 이름이 있는지는 그전엔 미처 몰라 문득 부끄러워지 는 대목이었다. 그런가하면 오래 기억하며 살 고 싶은 단어도 있었다. ‘보늬’는 밤이나 도토 리 따위의 열매의 보드랍지만 벗겨내기엔 다 소 힘든 속껍질을 일컫는 말이다. 아무에게나 곁을 주지 않지만 알고 보면 여린 마음을 가진 친한 친구가 떠올라 슬며시 웃었다. 이 책은 느리게 읽을수록 좋다. 마치 조곤조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세심하게 직조된 문장들 사이마다 보이지 않는 여백이 존재한다. 저자 가 세상에 흩어져있던 단어를 그러모아 정리 하는 동안 느꼈을 이런 저런 감정들이 담백하 게 와 닿는다. 덕분에 모처럼 어여쁜 말들을 마음에 새겼으니 될 수 있으면 가까이 두고 자 주 읽어야겠다. 언젠가 나선 산책길에서 꼭 한 번은 써먹을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글 황진영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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