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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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605 | |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하네”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2004 <그 남자네 집>은 박완서 작가가 생전에 내놓은 마지막 장편으로, 6·25 직후 민중의 생활을 섬세하게 그려낸 자전적 소설이다. 다소 냉소적이지만 마음에 불씨를 품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시점을 조용히 좇다보면 일제강점기와 분단 직후 소란했던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그 남자네 집>에서는 ‘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년의 주인공이 수십 년 전, 채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집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해 이내 그가 살았던 세 채의 집에 관한 이야기로까지 이 어진다. 이 소설에서 집은 전쟁 통에 가족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이 계속해서 살아가는 생활의 터전이고 때로는 보다 팽창하며 촘촘해지는 일상이 새겨지는 일기장이며, 동시에 역병처럼 찾아왔다 슬그머니 증 발해버린 첫사랑의 열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장소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명징하고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 채워진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각별한 감상 을 불러일으킨다. 평면적인 묘사와 가독성 위주의 콘텐츠가 주로 소비되는 요즘 같은 때, 활자를 들여다 보는 행위가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하지 않던가.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독서와 관련해 기묘한 권태에 사 로잡혀 있던 와중에 <그 남자의 집>을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감사했다. ‘언니네 이발관’의 <아름다운 것>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멜로디도 사무치지만 노랫말을 곱씹을수록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된다. ‘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하네.’ 살다보면 때때 로 의지와는 무관하게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만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입 밖으로 꺼내기 간지러워서 차 곡차곡 그저 마음에 묻어 두다보면, 어느새 사랑이나 꿈같은 ‘아름다운 것’들은 유통기한을 다하게 된 다. 지나온 길에 무심코 남기고 떠나온 ‘아름다운 것’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그 남자의 집>을 읽는 것만 으로도 큰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글 황진영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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