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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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1,242 | |
어느 서양학자의 삶과 연구 <삶으로서의 역사> 이영석 · 아카넷 2017 저자의 책 중 처음으로 읽은 책은 <영국 제국의 초상>인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모습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전까지 나는 연도를 기준으로 전쟁과 같은 큰 사건을 순서대로 익히며 역사를 배웠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의 최대 사건이었던 산업혁명을 단순히 기계의 발전으로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산업혁명 시기를 거치며 당시 사람들의 생활에 끼친 영향을 각종 자료를 인용해 설명했다. 이런 전개 방식 때문에 거시적인 시점에서 미시적인 시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다. “19세기 후반과 다음 세기 초만 하더라도 역사연구랑 엘리트, 지배계급에 관한 서사였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서술에서 등장할 수 없었다. 그들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은 저자의 연구 과정뿐만 아니라 1953년에 궁벽한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며 평생 역사를 다루게 된 개인사도 다룬다. 그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키워드, 일테면 ‘유신체제’ ‘광주민주화운동’ ‘진보주의’ ‘자유주의’ ‘현실사회주의’ ‘자본주의’ 속에서 흘러간다. 그는 197,80년대에 당시 서유럽의 영향을 받은 ‘자유주의자’ 학파 분위기에서 대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저자는 “군사독재에 희생당한 친구의 동료에 대한 부채의식”을 안고 1980년대 말에 ‘진보적 학술운동’의 ‘막차’를 탄다.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마르크스주의가 열린 지적 체계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으며 오히려 서유럽의 신좌파에 흥미를 가졌을 뿐, 레닌이나 스탈린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라고 회고한다. ‘진보적 학술운동’은 결국 내부 분파 운동의 전개로 저자의 회장직 사임으로 끝이 난다. 이런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도 역사 연구는 쉼 없이 이어져 <공장의 역사><영국 제국의 초상> 등의 책을 펴낸다. 이제 교수직을 내려놓고 노년기에 접어든 저자는 “20세기의 역사를 탈유럽 중심적 시각에서 정리하고 지구화의 역사와 가능하다면 노년의 역사를 새롭게 쓸” 예정이다.
글 이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