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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CH STORY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28
첨부파일 조회수 1,714

언택트 라이프와 비대면 의사소통


점심시간 종종 찾는 회사근처 만두집에 가면 갈 때마다 살짝 긴장이 된다. 자리를 잡고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키오스크 무인결재’ 기계를 통해서 주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셀프주유소를 처음 찾았을 때의 긴장이 떠오르며 이도 곧 익숙해지리라 생각하지만 매번 낯선 것은 사실이다. 

 

언택트 라이프(Untact Life)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컨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합성어다. 기술 발전으로 자의든 타의든 대면 없이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는 경제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비대면 계좌 개설 및 대출, 카페의 어플리케이션 주문, 키오스크, 배달 어플리케이션, 셀프주요소, 무인주차장 등 언택트 문화는 어느덧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불편한 대면보다 편한 단절을 선호하는 사회분위기에서 기인한다. 1인 가구의 증가, 인구 및 세대 구조가 급격히 변화되는 양상이 반영되었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기술 발전 등이 이러한 분위기의 촉매역할을 했다.


비대면 의사소통의 확산

코로나19 확산사태 국면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가 중요해지며 ‘얼굴 없는 소통’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로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채널이 진화하며 어느덧 우리는 이미 비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따라서 수많은 ‘집순이 집돌이’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줄어든 사회활동에 대해 그렇게 불편해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면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거나, 사회성과 교육적 발달이 필요한 어린이들과 학생, 공동체의 기능이 중요한 종교단체 등은 이 부분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빠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기업이나 관공서에서도 온라인 회의가 진행되고 있고, 대학생들이 강의가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며 많은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의사소통을 대신해 줄 기술 수준이 빠른 속도로 발전했으나 여전히 기술로는 채우지 못할 공백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자메시지나 SNS의 경우에도, 말의 억양이나 높낮이처럼 비언어적 표현을 글자에 충분히 담지 못해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서적인 부분을 이모티콘 사용으로 갈음해야 하는 현실이다.

의사소통에서 비언적 표현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비언어적 표현을 읽어내는 데 익숙해지지 않게 되면 상대의 의사와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내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도 어려워진다. 문제는 어릴 때부터 직접적인 의사소통에 제한을 경험한 상태에서 자란 세대는 성인이 된 후에 소통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의사소통

저마다 마스크를 낀 채 거리를 나서고 각자에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개인과 직장, 지자체와 사업주, 종교시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비대면 의사소통’과 ‘언택트 라이프’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고편 같은 느낌이다. 따라서 불안한 미래에 대한 예방주사와 같은 지금의 시기를 통해 인간성을 유지하며 소통할 수 있는, 그래도 괜찮은 미래를 준비해야겠다.

 


글 정주형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