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을 위한 언어 맞벌이 부부와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 세 가족의 단란한 저녁식사는 각자가 하루 종일 기다렸던 평화로운 시간이다. 하지만 각자의 직장과 어린이집에서 보냈던 긴 시간 뒤에 함께 마주한 식탁에서는 기대한 느낌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
전환을 위해 필요한 시간 엄마아빠의 출근시간과 함께 어린이집에 등원한 아이는 선생님과 친구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지만, 낮잠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데리러 오는 부모를 기다리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하원시간에 상봉(?)한 부모에게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고 껌딱지 전략을 펼친다. 집에 오면 그 동안 안 놀아 줬으니 이제는 놀아달라는 듯이 다양한 놀이를 창조하며 놀이시간을 확장하려 한다.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는 데까지 많은 에너지가 모두에게 소요된다. 어렵게 마주한 자리에서 부부는 하루일과 중 인상적이었던 사건에 대해 얘기를 꺼낸다. 그런데 마치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직장에서의 사람 혹은 사건에 대해 긴 설명 없이 본인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물론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혹은 ‘별일 아니네’ 등의 반응을 하게 되는데, 이는 말을 꺼낸 사람이 기대한 공감이 아닌 문제 해결이나 평가의 언어다. 일상에서 쉽게 반복되는 이 상황에서 부부는 아직 각자의 자리에서 전환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발상의 전환과 언어 ‘콜럼버스의 달걀’로 대표 되는 발상의 전환은 ‘범주 밖의 사고’로 설명된다. 아직 자기 범주에 대한 이해만을 가진 아이는 그렇다고 해도 부부의 범주의 전환은 노력을 들여 실천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의 반대 개념이 고정관념이기 때문이다. 생각에 유연성을 갖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이 익숙한 부부는 “돌아와~” 또는 “여기는 집이야~” 등의 애교석인 투정의 말투로 상황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곤 한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를 만날 때도 종종 전환이 되지 않은 상대방의 모습에 당황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혹은 내 상황이 급한 나머지 준비되지 않은 상대에게 내 생각을 들이대는 경우도 쉽게 경험한다. 왜 꼭 외근 다녀온 동료에게는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고 그리운 친구들을 만날 때, 그리고 직장동료와 가벼운 이야기를 할 때는 먼저 장면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로 전 상황을 훌훌 털어버리는 의식도 좋고, 잠시 한숨 돌릴 시간을 가져도 좋다. 방금 전에 머문 장소의 기운과 에너지로 대화하지 말자. 관계 속 고정관념은 서로를 외롭게 만든다. 하지만 유연성을 갖기 위한 약간의 노력은 따뜻한 저녁식사 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다.
글 정주형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